[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일본은행이 흔들리는 아베노믹스를 구원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의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일본은행의 다음 카드가 없다는 점에선 일생일대의 ‘도박’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이 예금에는 이자가 붙는다는 기본적인 경제원칙을 뒤집는 정책을 채택한 것은 2% 물가상승을 달성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유가 하락과 중국 경제의 불안 등으로 세계경제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구로다 총재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마이너스 금리 전격 도입이라는 카드까지 꺼낸 것은 이같은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 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시중 은행이 중앙은행 예치금을 줄이기 위해 보유 자금 대출에 적극 나서면 실물 경제에 돈이 풀릴 것이란 게 일본은행의 기대다.
다만, 이런 의도가 실제로 효과를 거둘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시중 은행들이 자금 대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이 경우 오히려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법인 등에 대출을 해주며 중앙은행에 부담하는 수수료를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일본은행의 의도대로 돈이 시중으로 많이 풀릴 경우 엔화약세가 급진전될 수도 있다.
게다가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21일 국회 답변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었다. 국회에서 답변한 지 열흘도 안 돼 입장을 바꿔버린 셈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추가 양적완화 정책이나 금리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었다. 설령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한다고 해도 국채 등 자산 매입을 10조∼20조엔 가량 늘리는 정도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더 이상 일본은행이 자산매입 등을 통해 자금 공급이 어려울 경우에나 사용할 ‘히든카드’로 봤던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라는 마지막 카드가 먹혀들지 않을 경우엔 구로다 총재나 일본은행으로서도 다음 카드로 쓸 정책카드가 마땅한 게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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