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만도가 기업 분할을 단행하면서 보유중인 1조원대의 이익잉여금을 ㈜한라 등 계열사 자산 매입에 활용할 길이 열렸다.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로 바꾼다는 명분을 살리면서, 계열회사의 재무구조까지 개선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만도의 기업 분할은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를 존속법인으로, 사업회사인 만도를 신설회사로 하는 인적분할이다. 회사를 둘로 쪼개지만 주주 구성은 변함이 없다. 만도 측은 향후 한라홀딩스가 ㈜한라와 만도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한라홀딩스가 정관에 ‘자회사의 주식이나 주식 등을 추가로 취득하기 위해, 또는 다른 회사를 자회사로 만들기 위하여 그 회사의 주식을 현물출자받기 위해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만든 점이다. 자회사 주식이나, 타회사 주식을 인수하면서 신주를 발행할 근거를 만든 것이다.
이에따라 정몽원 회장은 보유중인 ㈜한라 지분 23.58%와 만도 지분 7.71%를 한라홀딩스에 넘기고 대신 신주를 받을 전망이다. ㈜한라도 보유한 만도 지분 17.29%를 한라홀딩스에 현물출자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 회장과 ㈜한라가 한라홀딩스를 지배하고, 한라홀딩스는 ㈜한라와 만도의 최대주주가 된다.
그런데 이때 ㈜한라와 한라홀딩스간 상호 출자가 형성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라는 보유중인 한라홀딩스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한라홀딩스가 가진 1조원의 이익잉여금은 자사주 매입을 위해 사용이 가능하다.
같은 방식으로 순환출자의 연결고리인 한라마이스터(만도의 자회사)의 ㈜한라 보유지분 15.86%와 우선주(1017만주) 역시 한라홀딩스가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마치면 한라홀딩스는 ㈜한라 지분 39.74%(정몽원 회장의 23.58%와 한라마이스터 보유 15.86%), 만도 지분 26.11%(정몽원 회장의 7.71%, ㈜한라 지분 17.29%, 만도 자사주 1.1%)를 가진 명실상부한 지주회사로 거듭난다.
분할 전 만도의 시가총액은 약 2조4000억원이다. ㈜한라가 보유한 한라홀딩스, 만도의 지분가치는 4200억원 정도다. 1조원이면 충분하다.
만도 측은 한라홀딩스가 계열사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실제 한라홀딩스의 ㈜한라 자산 인수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라가 만도를 지배하는 현 구조를 거꾸로 뒤집으면서 만도가 가진 현금의 상당부분이 ㈜한라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수 있는 효과도 함께 예상된다.
한편 건설업이 주력인 ㈜한라는 지난 해 매출은 2조원에 달했지만 부동산 경기부진과 9000억원대의 차입금 탓에 2507억원의 영업적자와 42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47억원에 불과한데, 올 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만 약 33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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