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해 TV 드라마 사상 길이 남을 PPL(간접광고)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은 사례가 있다. 배우 김태희와 주원이 출연했던 ‘용팔이’(SBS)다. 당시 ‘용팔이’에선 두 주연배우가 데이트를 즐기던 중 난데없이 방을 구한다면서 ‘방 구하기’ 어플리케이션을 켰다. 시청률이 만만치 않았던 드라마인 탓에 해당 브랜드는 금세 대국민 어플 반열에 오를 조짐까지 보였다.

간접광고는 드라마와 예능 등 TV 프로그램에서 갖가지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해 상품, 상표, 회사나 서비스의 명칭·로고 등을 노출시키는 형태의 광고를 말한다. 2010년 방송 프로그램에서 특정 상품을 보여주는 PPL이 합법화된 이후 지상파 방송사의 간접광고 시장은 5년간 10배 이상 성장했다. 앞서 지난해 8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3사는 2014년 간접광고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SBS는 무려 167억원의 수익을 냈고, KBS는 122억원, MBC는 126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6월까지의 매출액도 SBS가 80억원, KBS는 73억원, MBC는 76억원이나 됐다.

그 덕에 간접광고는 TV 시청자 사이에서 눈엣가시였다. 스토리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등장했다. 사극에선 정육 브랜드의 간판이 튀어나왔고, 막장드라마 속 아역배우는 특정 학습지를 끊임없이 풀었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해외 곳곳을 누비면서도 특정 브랜드의 캔커피만 주야장천 마셔야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품을 받아오면 작품에 넣어야 하니 작가는 작가대로, 연출자는 연출자대로 고충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외주제작사 입장에서 간접광고는 나날이 치솟는 제작비를 감당해줄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간접광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업계환경과 간접광고의 긍정적인 영향을 균형있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무분별하게 간접광고에만 매달려 부자연스러운 노출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간접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세련된 연출을 하는 것은 해법이 된다”고 설명이다.

문제는 제작진이 상품 선정에 관여하지 않는 구조에서 빚어졌다. 기존 방송법에선 방송광고의 주체를 방송사업자로 규정.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방송사업자가 광고판매대행자 위탁 등을 통해 간접광고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실제로 “광고대행사에서 PPL을 판매하기 때문에 드라마 스토리와는 무관한 상품이 들어가는 사례가 많다”는 아쉬움이 나오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7일 공포한 방송법 개정안에 이를 보완할 실마리가 담겼다. 방통위는 외주제작사가 TV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간접광고를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오는 7월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새 방송법에선 외주제작사의 정의를 신설해 프로그램 제작에 깊이 개입된 간접광고를 제작 주체인 외주제작사가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한 드라마제작사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애초의 기획의도를 알고 있고,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외주제작사를 통한 판매가 가능하다면 스토리의 흐름에 잘 담아낼 수 있는 상품으로 신중하게 선택해, 보다 진일보한 간접광고가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방통위는 다만 외주제작사에 광고판매권을 부여할 경우 무분별하게 간접광고를 유치할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사전에 방송사와 방송법령, 심의규정 및 방송사 자체심의기준 위반 여부에 관해 합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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