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겨울 한파가 몰아치는 요즘,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은 사람들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대상자가 바로 옆집 사람이었다는 사람을 알고 나서 뒤늦게 안타까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아 아니 도움이 필요한지 조차 몰라 죽음으로 내몰리는 복지 사각지대의 실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최근 부천에서 발생한 초등생 사망사건도 상습적 폭력으로 인한 장기 결석이 4년간 이어졌지만 학교를 비롯한 그 어느 누구도 몰랐다. 맞고 자란 부모가 다시 아이를 때리는 아동학대의 대물림이 원인이었지만 주변의 무관심 속에 해당 학생은 사각지대에 내몰렸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지난해 2월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비로소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이른바 ‘세모녀 법’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세 모녀가 굶주림을 못 이겨 극단적인 자살을 택함으로써 우리를 일깨운 것이다.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한 달간 생계비를 보장해주는 ‘긴급지원복지제도’를 알았다면, 주변에서 그 정보를 알려주거나 도움을 줬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도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것은 마찬가지다. 이웃과 닫고 사는 이들은 스스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힘들고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때문에 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노인 자살률 1위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실태를 보면 지원이 필요하지만 복지 제도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수도나 전기요금을 못 내 단수, 단전 등으로 위기에 처한 가구나 사회보험료 장기체납가구, 기초생활수급 탈락가구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겉으로는 정상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주위 사람들이나 공무원들이 알지 못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급기야 죽음으로 내몰리는 말 그대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다. 저소득층이지만 지원 대상이란 사실을 몰라, 도움을 요청할 곳을 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저소득층 15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21일 발표한 ‘2015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생각이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저소득층이 일반층보다 4배 가량 많았다.
결국 복지사각지대는 사후 대처보다 사전 발굴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각각의 현장에서 주위를 상시적으로 둘러보고 신고,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