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교황청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왕실 마차에 스카치 위스키 구비 전통
‘영국 여왕이 교황에게 위스키를 선물한 까닭은?’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87)이 3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접견한 자리에서 증정한 선물이 화제다.
여왕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영지에서 난 꿀과 위스키, 사과주, 사과주스, 계란, 빵 등이 담긴 소풍 바구니를 선물로 전했다.
교황은 여왕의 남편 필립 공(92)이 선물 바구니에서 위스키병을 들어 보였을 때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고 이탈리아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여왕은 “꿀은 버킹엄 궁전에서 딴 것이고,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발모랄 성(Balmoral Castle)에서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모랄 성은 스코틀랜드 ‘디 강’ 근처에 있는 영국 왕실의 사저다. 1852년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의 남편 앨버트 공(公)이 구입해, 1856년에 완공했으며 이후 엘리자베스 2세를 포함한 수많은 왕실의 사람들이 여름 별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발모랄 성에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업의 핵심 지역인 스페이사이드(Speyside)의 위스키 제조장이 위치해 있다.
영국 왕실의 스카치 위스키 사랑은 각별하다. 빅토리아 여왕은 디 강 근처에서 사냥을 할 때 모든 손님에게 위스키 한 병을 선물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 위스키는 사냥에 참여한 사냥꾼들의 특권이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왕실 마차가 여행을 갈 때엔 마부 자리 아래에 반드시 ‘비상용’ 위스키를 한 병 두어야 한다는 일반 명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스카치 위스키를 선물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대한 답례로 여왕에게 증손자인 조지 왕자를 위한 선물을 증정했다.
교황이 등극 후 세습 군주로는 처음 만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건넨 조지 왕자의 선물은 십자가가 달린 푸른색 구슬(Orb)이다.
이 구슬은 고대 로마인이 우주를 형상화해 왕권을 상징한 것으로, 나중에 기독교도들이 기독교 세계를 의미하도록 위에 십자가를 붙였다.
여왕은 조지 왕자가 “좀 더 자라면 신나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남편인 필립 공과 함께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은 비공식 접견이어서 거창한 의전 없이 최소한의 절차만으로 진행됐다고 영국 BBC와 이탈리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처로 사용하는 바티칸 게스트 하우스와 인접한 바오로 6세 알현실에서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여왕으로 즉위한 다음 바티칸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네번째이다. 지난 1961년 교황 요한 23세을 만났고 1980년과 2000년에는 요한 바오로2세를 접견했다.
반대로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2010년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각각 영국을 방문했을 때 영국에서도 만난 바 있다. 여왕으로 즉위하기 1년 전인 지난 1951년에는 교황 비오 12세도 만났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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