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6살난 딸을 둔 학부모 정서연(38, 서울 신길동)씨는 19일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면서 원장이나 다른부모와 쉽게 말을 섞지 못했다. 매서운 칼바람 때문이 아니라 누리과정 중단 보육대란 한파 때문이다. 당장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되면 아이를 집에서 데리고 있어야 할 상황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원장이나 다른 부모에게 누리과정 지원금 어떻게 돼냐고 묻기라도 했지만 당장 보육대란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오히려 숨죽이고 상황만 보게 된다고 정씨는 전한다.
이처럼 보육대란을 앞두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마치 태풍의 눈인 ‘무풍지대’에 놓인 것처럼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유치원 원장은 물론 교사, 학부모들 모두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노심초사하지만 정작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보육대란 초읽기…교육수장은 ‘네탓’만=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들은 지난 18일 오후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난 첫 간담회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쳐 ‘보육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 부총리는 “균등한 교육과 보육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교육적 견지에서 시·도교육감이 함께 노력해 달라”며 각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촉구한 반면 장휘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적으로 교육감 책임이 아니며 현실적으로도 교육청 재원으로 편성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피력하며 국고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일 현재 전국 17개 교육청 중 지금까지 어린이집 예산을 전액 미편성한 곳은 서울과 경기, 광주, 전북, 강원도교육청이다.
서울과 경기는 유치원 예산까지 전액 미편성돼 있다. 이 두 지역에 있는 어린이집·유치원 원아는 55만7659명으로 전국 원아의 43%에 해당된다. 두 지역이지만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 수일 내 해결되지 않으면 ‘보육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육지책’ 대안찾기 골몰=경기도는 광역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누리과정 예산을 직접 편성하겠다고 나서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개월치 도내 어린이집 누리 과정 예산 910억원을 포함시켜 달라‘는 수정 예산안 처리를 도의회 촉구하고 있다. 일단 보육대란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경기도의 일부 유치원은 알림장을 통해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돼도 원비 인상은 당분간 없을 것이니 아이들을 계속 보내달라”며 아이들 이탈을 막고 있다. 또 다른 경기도의 한 유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이 유치원 운영비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돈이 안들어면 정말 걱정”이라며 “긴급 학부모 총회를 열어 원비 인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매월 20일쯤 누리과정 지원금을 일선 유치원들에 지급해왔으나 누리과정 유치원분 예산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지원이 끊길 상황에 놓였다. 서울 공덕동의 한 유치원 원장은 “모든 결제를 중지시킨 상황”이라며 “지원이 없으며 교사 월급은 고사하고 유치원 운영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가양동의 한 유치원 원장은 “교육청이 매달 우리 유치원에 주는 예산이 4500만원 정도인데, 이 돈이 끊기면 유치원 원장이 개별적으로 빚을 지거나 학부모에게 원비를 올리겠다고 고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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