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속 위안화 강세 변화조짐 차이나리스크 전이될 가능성 對中수출의존도 높은 우리경제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 시급
최근 중국 런민은행이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일일 변동폭을 기존 1%에서 2%로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위안화의 환율 변동폭 확대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아 우려스럽다. 지난 10년간 유지돼온 ‘달러화 약세, 위안화 강세’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위안화 가치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시기다. 특히 지금의 위안화 약세 현상을 일시적 환율 리스크로 치부하기보다는 경제 운용 차원에서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응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2012년 중국이 발표한 자본시장 개방 3단계 방안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환율의 시장화, 금리 자유화, 자본시장 개방 등이 골자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경제 운용 정책을 신중하게 결정하지만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일관성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특성을 보인다.
시장에서는 아직도 위안화 강세 기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고, 위안화 약세를 단기적 현상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위안화 강세가 장기간 지속돼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예측하는 건 논리적 근거가 매우 빈약한 주장이다.
한 나라의 통화 가치는 경제 성장의 그림자이고, 수출 동력은 환율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지닌 중국은 그동안 선진국 수출 시장을 기반으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위안화 강세의 배경에는 수출 부문의 약진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경제 성장률이 과거 10%대에서 7%대로 떨어지면서 수출 동력도 급격히 냉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2009년 16.1%, 2011년 14.2% 등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다가 2013년에는 3.3%로 급락했다. 위안화 평가 절하 압력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위안화는 관리변동환율제(복수통화 바스켓) 하에서도 평가 절상 일변도의 환율 행태를 보임에 따라 중국의 외환 시장이 여전히 고정환율제(달러 페그제)의 후진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위안화의 국제화 차원에서 시장을 통한 환율 결정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리해보면 중국의 경제 상황과 환율 자유화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지금의 ‘달러화 강세, 위안화 약세’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중국도 아시아 신흥국들처럼 글로벌 자금 순환 흐름에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또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이 기업의 유동성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시장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차이나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는 지방정부 부채나 ‘그림자금융’도 금융과 실물 부문의 동반 부실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올 들어 시작된 위안화 약세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대중국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내수 기반이 취약한 우리 경제로서는 수출 부진이 곧 잠재 성장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위안화가 원/달러 환율 흐름을 결정하는 매개 환율로 작용하면서 외환 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과 원/위안 환율 간 상관계수는 0.78로 강한 동행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의 환율 정책이 외환 경로를 통해 국내 금융 부문 전반에 걸친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책 당국은 위안화 약세 기조가 국내 금융 및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유태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