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미 양국 대통령이 우리 시각으로 13일(미국 현지시간 12일) 오전 거의 같은 시각에 대국민담화와 신년 연설을 발표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첫 담화라 어떤 대북 메시지가 담길 지 주목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을 28회나 언급하며 안보 위기를 강조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아 묘한 대조를 이뤘다.

박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서두부터 ‘국가를 지탱하는 두 축’인 ‘안보와 경제’가 비상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북한 이슈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우리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자 우리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이전과는 달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유엔 안보리 차원뿐 아니라, 양자 및 다자적 차원에서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 조치를 취해 나가기 위해 미국 등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해 중국을 직접 압박했다.

그는 “중국은 그동안 누차에 걸쳐 북핵 불용의지를 공언해왔다”며 “그런 강력한 의지가 실제 필요한 조치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5번째, 6번째 추가 핵실험도 막을 수 없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도 담보될 수 없다는 점을 중국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국을 향해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또 미국의 전략 자산 추가 전개, 확장억제력을 포함한 연합 방위력 강화, 북한 및 국제 테러 단체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 등을 안보 강화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과는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신년 국정연설문에서 ‘북한’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북핵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다음 날인 2013년 2월12일 국정연설에서 “북한 정권은 국제의무를 준수함으로써 안전과 번영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도발 행위는 자신만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런 예상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국가도 우리와 우리의 동맹을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것이 파멸에 이르는 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오늘날의 세계에서 우리는 악의 제국보다 쇠약해가고 있는 국가들(failing states)들에 의해 더 위협받고 있다”는 정도의 유추적인 해석을 낳는 언급 외에는 북한 얘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도적으로 북한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의도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 한반도 안보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고 미국과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인 만큼, 북한을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의 의도대로 따라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에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질적인 대북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하원은 이날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죄기 위해 강화된 대북 제재 법안(H.R. 757)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상태다. 해당 법안은 대북 금융 및 경제제재를 강화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쓸 수 있는 달러 등 경화 획득이 어렵도록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며, 제재 범위는 북한은 물론이고, 북한과 불법으로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 등으로 확대할 수도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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