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역습이 시작됐다.

미국에 사상 최악의 한파를 몰고왔던 ‘폴라 보텍스’(polar vortexㆍ극 소용돌이)가 떠난 자리에 이제 초강력 꽃가루 폭풍 ‘폴런 보텍스’(pollen vortex)가 휘몰아칠 예정이다. 지구온난화로 예년보다 더워진 날씨 때문에 꽃가루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연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폴라 보텍스가 가고 폴런 보텍스가 오고 있다”면서 “조만간 꽃가루의 ‘퍼펙트 스톰’이 닥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년 초봄마다 찾아오는 꽃가루가 올해 유독 위세를 떨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이상기후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이어진 북극 한파로 느릅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등 3월이나 4월 초에 꽃가루를 날리는 수종들의 수분시기가 뒤로 늦춰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4월 중순이나 말께 수분이 이뤄지는 플라타너스, 소나무, 버드나무와 수분시기가 겹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한꺼번에 수분하게 되면 대기 중 꽃가루의 양도 곱절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미국 육군 중앙 알레르겐 연구소(CAEL)의 수잔 코시스키 수석 미생물학자는 “지난 15년 간 4월 첫째 주 평균 꽃가루 농도는 대기 중 1입방미터 당 353개 가량이었지만 최근엔 109개밖에 안 됐다”면서 하지만 “본격적인 꽃가루 시기가 되면 이 수치는 4000개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대기중 1입방미터 당 꽃가루가 120개 이상이면 꽃가루 농도가 극도로 높다고 분류된다. 그러나 꽃가루 농도가 이보다 무려 33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폴런 보텍스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높다.

W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꽃가루 수분 시기가 예년보다 일찍, 그리고 더 오래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온실효과가 발생하면 꽃이나 곡식의 생산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꽃가루의 양도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꽃가루로 인한 인체의 피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폴런 보텍스에 노출돼 면역체계가 망가지면 심각한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샐리 베일리 조지타운대 면역학 조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심한 천식 발작을 겪을 수 있다”면서 “꽃가루가 폐까지 도달해 다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