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자신하며 구속했던 강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무죄 -최경환 부총리ㆍMB 측근 아들엔 손 놨던 검찰 체면 더 구겨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국고 5500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8일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은 강 전 사장에게 형사상 배임죄를 묻는 데 실패했다.

검찰은 자원개발비리를 수사하며 최경환 부총리 등 고위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 한번 하지 않았다.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첫 피고인인 강 전 사장에게 무죄가 나오면서 이마저도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사진=헤럴드경제DB]
서울중앙지검. [사진=헤럴드경제DB]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해외자원개발비리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경남기업의 성완종 전 회장이 정치인 명단을 적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면서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수사력은 자원개발이 아닌 유력 정치인들과 정치자금 의혹에 집중됐다.

그나마 검찰은 강 전 사장을 기소하면서 감사원이 이미 대부분 지적했던 내용으로 공소장을 구성했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5500억원의 국고를 낭비한 혐의를 받았다. 감사실과 국내 정유회사의 의견은 무시되고 하베스트 가치를 고평가한 투자자문사 메릴린치의 보고만 받아들여졌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 김형찬 전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소환 조사 한번 없이 불기소처분했다.

또 하베스트 인수를 앞두고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 전 사장과 면담하는 등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검찰은 소환하지 않았다.

그나마 유죄를 자신하며 구속 수사 했던 강 전 사장이 무죄를 받으면서 나머지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의 재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검찰은 이 밖에도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 등과 관련해 224억원의 국고 손실을 입힌 김신종(66)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첫 공판에서 강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배임의 고의성이 없다”며 당시 경제적 상황과 자원개발의 특수성을 주장했다.

검찰은 또 양양철광 희토류 개발 관련해 수억원 대 뒷돈을 받은 황기철(64) 전 대한광물공사 사장을 재판에 넘기고 주강수(71)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무혐의 처분하면서 자원개발비리 수사를 마무리했다.

강 전 사장의 무죄 판결에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배임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했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