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병신년(丙申年) 새해 벽두부터 중국발 증시폭락이라는 그늘 속에 대한민국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주식매매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벌였다. 각 사마다 매년 벌이고 있는 이벤트여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어보이지만 이처럼 이벤트를 벌이는데는 나름의 속내가 숨어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연말까지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가입 후 1년 간 모바일 주식거래서비스 ‘M-Stock’를 이용한 주식매매에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온라인 거래시엔 90일 간 매매수수료가 무료다.
삼성증권도 올해 신규고객과 지난해 휴면고객들을 위해 모바일 주식거래수수료를 3년 동안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올 연말까지 실시한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투자도 은행개설 위탁계좌 피가로 신규 가입시 1년 간 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웹트레이딩시스템(WTS) 등을 이용한 거래에 한해 1개월간 수수료가 무료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달 29일까지 뱅키스 다이렉트 위탁계좌를 개설한 최초 신규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5년 간 면제해준다. 수수료가 무료인 매체는 HTS, MTS, WTS 등에 한해서다.
KDB대우증권은 온라인ㆍ모바일 증권계좌 다이렉트 플러스 주식계좌를 만들면 2019년까지 수수료가 0%다.
대신증권 크레온은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 온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올 연말까지 이어간다. HTS, MTS, WTS 등 크레온 모든매체의 주식매매수수료가 2020년까지 면제다.
이밖에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여러 증권사들마다 조건은 다르지만 수수료 무료 행진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이들 이벤트들은 영업점 거래보다는 모바일 혹은 웹 기반 거래에 수수료 혜택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나 삼성증권 등의 이벤트를 보면 모바일 거래에 그 방점이 찍혀있다.
모바일 거래를 중시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주식거래 트렌드를 보면 알 수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액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무선단말을 통한 주식거래 비중은 2011년 3.5%에 불과했지만, 매년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1.4%로 3배 이상 커졌다.
코스닥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1년 5%대에서 지난해 14%대로 비중이 더 커졌다. 코스피, 코스닥 시장을 모두 합치면 같은 기간 4%에서 12.9%로 늘어났다.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보급 이후 MTS 사용자들이 늘고 거래액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에다, 최근 기술과 금융이 하나가 되는 이른바 ‘핀테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아직 성장가능성이 남아있는 모바일 거래 시장을 차지하려는 증권사들의 ‘레이싱’이 시작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려는 마케팅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증권사들의 주식거래수수료를 0.015%로 놓고 지난해 거래액을 통해 시장 규모를 계산해봤을때, 모바일을 이용한 수수료 시장은 아직 연 600억원 정도에 그친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각 증권사들의 출혈경쟁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를 업계 전체의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끌어모아 몇 년 뒤에 지금보다 몇 배 더 커진 시장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더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 길게는 5년 까지 수수료 무료 혜택을 준 것은, 자사의 시스템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5년 뒤 유료화된 시장에서 내게 되는 수수료를 기대해서다.
초기 고객 입장에서도 이는 나중에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전 부지런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싼 값에 휴대전화를 살 수 있었던 것처럼, 업체간 가격 경쟁은 고객에게 단기간 혜택으로 돌아온다.
yg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