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신년 벽두부터 화제다. 회사가 이룩한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임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보너스 지급을 선언하면서다. 직원들 1인당 평균적으로 손에 쥔 성과급이 무려 4500만원. 웬만한 월급쟁이들의 1년 연봉 수준이다.

액수도 액수지만 자기 지분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증여하는 방식도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회사 주식이 급등하는 와중에 손자손녀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주식을 증여해 비난을 사기도 했던 임 회장이지만, 이번의 통큰 결단으로 비난 여론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분위기다.

 시계를 해외로 확대해보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임 회장처럼 직원들을 위한 결단을 내린 최고경영자(CEO)들이 몇 사람 더 포착된다. “기업 이룬 결실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닮은꼴 경영철학이 모두에게 자리잡고 있지만, 그 방법론에서는 미세한 차이가 엿보인다.  

▶지분 공유형 = 임성기 회장은 직원들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사재를 털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가진 회사(한미사이언스) 지분 중 일부인 약 90만주를 전직원에 대가없이 나눠줬다. 지난해 12월 30일 종가 12만9000원으로 환산하면 총 11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월급여 기준 200%에 해당하는 금액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임직원 2800명은 1인당 평균 4500만원의 보너스를 받게 됐다.

 직원들에게 자사주 형태로 주식을 싼값에 나눠주는 경우는 그간에도 있어왔다. 시장가격의 70~80% 수준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거나, 혹은 향후 회사의 성장을 기대하면서 낮은 행사가격에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하지만 임 회장은 회사 주가를 정점으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주식을 그냥 나눠주는 쪽을 택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회사주식을 살 돈 없이도’, ‘충분히 오른 회사주식이 손에 들어온다‘는 두가지 점에서 아주 반가운 일이다.

임성기 회장은 지난해 7개 혁신 신약에 대한 8조원대 라이선스 계약체결에 대한 포상 차원에서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임 회장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지금, 그 주역이었던 한미약품 그룹 모든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며 “이번 결정이 고난의 시기를 함께 이겨낸 한미약품 그룹 임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제 모든 임직원들이 한미약품 그룹의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2016년 새해에도 함께 힘차게 뛰어보자”고 강조했다.

현재 임 회장의 주식자산은 2조6721억원으로 국내 주식부자 순위 8위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 보유 주식 가치는 3048억원에 불과했지만 1년 새 2조2373억원(776.7%)이 뛰었다. 8조원대 기술수출 ‘대박’이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대감과 맞물려 주가를 635% 끌어올린 덕이다.

▶이익 공유형=한해동안 회사가 거둔 실적을 고스란히 직원들에 돌려주는 CEO도 있다. 지난달 미국 에너지업체 힐코프(Hilcorp)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리 힐데브랜드(Jeffery Hildebrand)는 크리스마스 보너스로 1399명의 직원들에게 10만달러(1억1800만원)를 지급했다.

힐코프가 연초 내세웠던 경영목표를 8개월 만에 앞당겨 달성한 것에 대한 보상 차원이었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유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룬 것이어서 의미가 컸다. 힐코프 최고재무책임자(CFO) 셸비 데즐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시기에 달성한 실적인 만큼 파격적인 보너스가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힐데브랜드 회장이 선택한 방식으로 회사의 이익을 직원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국내에서 흔히 말하는 성과급인데, 그 규모가 이례적으로 커서 주목을 받았다. 해외에는 물론 국내에서도 성과급으로 개인이 10만달러 혹은 그 이상을 받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다. 다만 대부분은 최상층 임원들이 받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힐코프의 이번 보너스 지급은 ’한 사람의 직원도 빠짐없이‘.‘균등하게’,‘거액을 지불했다’는 점에서 성과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회사 매각자금 공유형 = 창업주가 회사를 매각하면 직원들은 보통 고용승계를 걱정한다. 주인이 바뀌면서 일자리가 없어질까 하는 고민이다. 직원들의 불안이 워낙 크다보니 인수하는 새 회사 주인 쪽에서도 “당장에 고용에는 손대지 않겠다”고 먼저 선언하는 게 오히려 일반적인 모습이 됐다. 그러는 사이 회사를 매각한 주인들은 회사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매각대금을 손에 쥐고 조용히 사라지는 게 보통의 회사매각 과정이다.

하지만 미국 건축용 유리관련 제품 생산업체 C.R 로렌스의 매각 과정은 좀 달랐다. 임직원들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했다.

창업주 도널드 프리즈(Donald Fries) 회장이 회사 매각대금 13억달러 중 8500만달러(966억원)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돌아간 보너스는 최소 5000달러(585만원)에서 최대 100만달러(12억원)에 이르렀다. 프리즈 회장은 실직자가 생기지 않도록 매각조건에 직원 1600명에 대한 완벽한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회사 주인이 매각대금의 일부를 남겨진 직원들에게 환원하는 사례는 국내외에서도 흔치 않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이 사례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보도됐다.

프리즈 회장은 “누군가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을지 몰라도, 나는 은수저는커녕 수저조차도 없을 정도였다”고 말할 만큼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는 “직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도 없다”며 “‘공유’해야 한다는 것은 실로 ‘공평’한 것이다”고 말했다.

자기연봉 공유형=한편 미국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업체 그래비티페이먼츠(Gravity Payments) CEO 댄 프라이스(Dan Price)도 눈여겨볼 만한 행동을 한 기업가다. 자신의 연봉을 삭감해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줬기 때문이다. 프라이스 CEO는 소득불평등의 실태를 절감한 후 100만달러(11억7000만원)였던 자신의 연봉을 자발적으로 90% 삭감했다. 대신 다른 직원들의 최저 연봉을 7만달러(한화 8173만원)로 조정했다. 이 조치로 경비원, 전화상담원, 판매직 등 저소득 직군 30명의 연봉이 2배가량 상승했다.

그래비티페이먼츠 시스템은 그다지 큰 회사가 아니다. 프라이스 회장이 ‘희생’한 연봉의 액수 자체도 앞의 회장들에 비하면 상당히 작다.  하지만 직원들, 특히 회사의 최말단 직원들의 처우를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는 데서 화제가 됐다. 프라이스는 “연봉 인상으로 잠시 줄어든 수익을 2~3년 내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정하고 “그때까지 내 급여를 올릴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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