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 선정 ‘올해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건희 회장 경영공백 속 삼성의 새로운 리더십 원년 ‘Not Bad’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산업은 진화한다. ‘굴뚝’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서비스에서 정보기술 융합으로 일류가 진화하는 과정이다. 삼성은 올해 과거를 딛고 미래의 문을 열었다. 기존 ‘문어발식 확장’이나 재계 서열 1위라는 외형이 아닌 세계를 선도해가는 첨단산업에서 ‘정상’이 되겠다는 이재용 리더십의 원년이었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은 ‘올해의 아들’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선정했다.
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이후,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을 이끈 첫해였다. 기대와 비판이 공존하는 한해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실리추구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재용식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는 그룹을 진두지휘하며 세간의 예상을 깨고 과감한 사업구도 재편과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추진했다.
그가 보여준 21세기 삼성의 첫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대규모 통폐합 과정은 그 상징이다. 방산ㆍ화학계열 4개 계열사(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2조원대 빅딜로 한화에 매각했고, 삼성정밀화학 등 나머지 화학계열사도 롯데에 넘겼다. 삼성그룹이 계열사를 매각한 것은 IMF 이후 처음이었다. 게다가 매각의 폭이나 작업의 속도도 시장의 기대보다 크고 빨랐다.
통합 삼성물산을 중심으로한 새로운 지배구조를 출범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해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잇따라 상장시킨 이 부회장은 올 9월 그룹 모태인 삼성물산과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제일모직을 합병시켜 통합 삼성물산을 탄생시켰다. 이는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일환으로 풀이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미국계 펀드 엘리엇의 반발이 있었지만, 이 과정도 무난하게 넘겨냈다.
경영성과에서도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역대 등장한 가장 완성높은 웨어러블 기기라는 삼성 기어S2는 전문가들의 호평과 함께 의미있는 판매량을 구현해냈다. 역시 이 부회장의 작품으로 꼽히는 ‘삼성페이’도 순항중이다. 범용성과 편리성이 경쟁사보다 탁월하다는 평가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DNA의 하나다. 연초 미국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삼성SDI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팩 사업을 인수했고, 스마트폰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 연착륙을 위해 미국 벤처 ‘루프페이’를 2000억원에 사들였다. 또 삼성벤처투자는 이스라엘 의료용 센서 벤처기업인 얼리센스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바이오산업과 사물인터넷(IoT) 강화는 물론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진출을 가시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을 착공하고,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자동차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는가 하면, 모든 제품이 연동될 수 있는 사물인터넷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략혁신센터 산하에 사물인터넷 사업화팀도 새로 만들었다.
실적측면에서 보면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지난해 2분기 이후 계속됐던 실적악화를 반등시키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4조600억원이라는 최악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5조원으로 끌어올린 뒤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조3900억원으로 실적개선을 이뤘다. 전년대비 82.08% 증가한 것이다.
올 여름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에서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처해 2차 진원지로 지목됐던 삼성서울병원을 대표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대중 앞에 나선 최초의 기자회견으로 삼성의 대표적 오너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재용 삼성호(號)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계열사 재편과 구조조정, 그리고 계열사 사옥이전 등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윤곽이 실효를 발휘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삼성을 넘어 한국 경제 차원의 숙제다. 그런 면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내년부터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난 1년은 ’나쁘게 볼 것만은 없는‘ 한 해 였다. 엄청나게 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아버지만 못하다”는 식의 섣부른 지적에는 반박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는 냈다. 강력한 리더십을 자랑하던 아버지가 부재한 첫해로선 나쁘지 않았다.
진짜 눈여겨볼 부분은 오히려 삼성내부의 변화다. 삼성은 세계가 인정하는 초(超) 일류 기업의 하나로 성장했지만 그 혁신성에는 끊임없는 의문부호가 따라붙어왔다. 여전히 내부에는 낡은 시선과 목소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완벽하고 일사불란하며 강한 조직”이어야 한다는 ‘관리의 삼성’ 시대의 인물들이 여전히 내부에 많이 남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라선 뒤 입사한 젊은 직원들도 공존하다. 더 활기차고, 자신만만하며, 도전적이고, 감각적이고, 수평적인 삼성을 원하는 젊은 직원들이다.
이 부회장도 이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장단, 임원진들이 타던 전용기와 헬기를 매각하고, 출장지에서 불필요한 의전을 모두 없애게 하고, 직원들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는 모습 등에서 그가 그리는 새로운 삼성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삼성이 어떻게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지 2016년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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