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내내 뜨거웠다. 한국 출신으로 이처럼 폭발적인 라이벌 승부를 펼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세계 골프팬들은 시즌 내내 이어진 둘의 대결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골프 여신은 번갈아 가며 열전을 벌인 둘의 손을 들어 주었다. 둘은 역대급 기록들을 보란듯이 갈아치우며 우승 퀸을 주거나 받거니 했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한국이름 고보경). 겉으로는 라이벌 관계이지만 실재로는 서로가 스스로의 존재이유가 됐던 사이였다. 친구도 아니고, 적도 아닌 둘의 관계는 적대적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채널이 선정한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 10대 뉴스에서 둘의 활약상은 잘 드러났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2, 3위를 휩쓸었다. 최연소(17세9개월7일)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이 2위였다.

남자골프 타이거 우즈의 기록을 4년 당긴 것이다,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최연소(18세4개월20일)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것은 3위로 평가됐다.

박인비는 8월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그랜드 슬램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5위에 올랐다. 2013년부터 메이저로 격상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랜드슬램이 아니라는 일부의 지적을 받게 되면서 논란을 빚었던 때문이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가 벌인 세계 랭킹 1위 경쟁은 10위에 올랐다. 박인비는 시즌 5승을 포함해 톱 10에 15번 들고도 올해의 선수상을 놓쳤다. 리디아 고가 올해의 선수, 상금왕,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는 올 한 해 골프 상금과 스폰서비, 광고촬영 등으로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며 세계 여자스포츠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 선수들 가운데 포함됐다.

세계 골프를 주도한 둘의 승부는 LPGA 역사상 신기원을 이룩했다. 세계 골프팬들에게 두 사람은 골프의 묘미와 즐거움을 흠뻑 선사했으며 LPGA를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 골프를 경쟁력있는 종목으로 전파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여자골프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는데 30여년이 걸렸다. 지난 1988년 구옥희가 LPGA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뒤, 90년대 후반 박세리의 등장으로 본격적으로 세계골프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여자골프는 꾸준한 성장을 이어 나갔다. 박세리 키드들인 박인비 등의 등장으로 더욱 기세를 키웠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올해는 한국 여자골프가 나래를 활짝 편 한해였다.

미국에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인 LPGA는 한국에서는 TV 등 언론들과 스폰서들의 큰 관심으로 매년 눈에띄게 시장이 커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여자 골프 선수 수도 늘어나면서 KLPGA도 LPGA와 함께 더욱 튼튼한 경쟁력과 기반을 만들고 있다.

초중고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한국의 어린 여자 선수들에게 둘은 ‘롤 모델’이다. 둘이 올해 보여준 메시지는 분명하다. LPGA는 한국여자골프에게는 이미 열린 시장이며, 앞으로도 많은 유망주들의 도전으로 한국세가 이어지리라는 가능성을 밝혀주었다.

올 9월 90세를 일기로 타계한 미국프로야구의 전설적 포수인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내년에도 둘의 대결은 끝없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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