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이슬기 기자] K세대에게 모바일은 곧 미래다. ‘중독→단절’이란 단답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모바일 중독을 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바일을 외면할 수도, 외면해서도 안되는 ‘고차방정식’이다. 대안은 MSR(Mobile Social Responsibility), 즉 ‘모바일의 사회적책임’이다. 모바일의 어두운 면에 매몰되지 않고, 모바일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면, 즐겨라. 아니 제대로 즐겨라. K세대와 MSR이 만들어갈 우리의 미래다.
▶SNS 기부로 MSR, 김승훈 씨의 이유 있는 도전=K세대 윗세대인 경희대 간호학과에 다니는 김승훈(25) 씨는 청소년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그는 지난 11월 ‘카멜스포츠펀드’를 만들었다. 카멜은 본인의 영어명, 그리고 스포츠와 펀드를 결합한 SNS 기부 프로젝트다. 그는 “스포츠와 기부가 닮았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며 꾸준히 조금씩 이뤄내야 하기 때문에 스포츠와 기부 펀드를 연결지었다”고 했다.
김 씨는 이미 군 복무 시절부터 기부를 일상화했다. 레바논 동명부대에서 복무하면서 모은 월급을 기부했고, 전역 후에는 1km 당 1달러씩 적립해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하곤 했다. 그는 지난해 시민단체 희망제작소가 실시한 모금전문가학교 수업을 듣고서 기부를 SNS와 접목시켰다.
달리기 대회를 앞두고 이를 페이스북 등에 공지하면 이를 확인한 이들이 카멜스포츠펀드에 기부한다. 기부하면서 댓글이나 카톡 등을 통해 김 씨에게 목표를 제안하는 식. 사연도 제각각이다. 김 씨는 “살을 1㎏ 뺄 때마다 얼마씩 기부하겠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얼마씩 기부하겠다는 등의 사연이 이어진다”고 했다. 김 씨는 달리기로, 또 불특정 다수는 각자의 목표를 갖고 기부에 동참한다. 김 씨와 생면부지 K세대를 연결해 준 끈은 바로 모바일이다.
그렇게 김 씨가 모은 돈은 약 150만원. 김 씨는 “의미있게 기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 씨는 “SNS를 활용하니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함께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 SNS 기부의 장점”이라고 했다.
미래학자 하워드 라인골드는 소셜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지식ㆍ정보 습득 능력)를 설명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씨와 생면부지 타인이 함께 하는 SNS 기부도 이와 맞닿아 있다.
▶아직 갈길 먼 MSR, 모바일 강국의 그림자=김 씨의 사례는 의미 있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 보편화된 문화는 아니다. 한국은 모바일의 빛과 그림자가 명확하다. 빛은 ‘하드웨어’, 그림자는 ‘소프트웨어’다. 어린이부터 노인층까지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모바일 강국이지만, 이를 활용하는 사용자의 윤리의식, MSR은 갈 길이 멀다.
지난 15일 정보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어린이ㆍ청소년 휴대폰 보유 및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0.2%에 이른다. 고등학생 10명 중 9명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은 일상이 됐지만, 세부 내역을 보면 여전히 오락수단에 그치고 있다. 저학년생 스마트폰 유저 중 10명 중 4.8명은 게임을 위해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다. 그 뒤로 카톡 등 인스턴트메신저(19.2%), 웹툰(14.4%) 순이다. 중학생도 가장 많은 활용이 게임(32.4%)이다. SNS가 1~3순위 안에 든 건 고등학생(15.2%)에 이르러서다. 이 역시 웹툰(15.1%)과 비슷한 수준이다. 청소년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게임이나 웹툰 등 오락용으로 쓰고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즐겨라=K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모바일 교육도 일반 중독 예방 교육과 다르다. 단절 대상이 아닌 사회적책임을 갖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이다. 여성가족부는 매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모바일 중독진단 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 상담 교육을 진행한다. 김성벽 여가부 청소년보호환경과장은 “다른 청소년 유해환경과 달리 안쓸 수 없는 게 모바일”이라며 “건강한 사용을 목표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미디어중독예방부의 김미정 부장은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활용해 강의 교재를 만들기도 하고 UCC를 만드는 데에도 스마트폰을 쓰는 등 긍정적인 활용도 많다”며 “중독 예방을 넘어 사회적책임을 키우고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올바른 모바일 활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