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용기자의 貨殖列傳

제자백가(諸子百家)에 두루 영향을 미쳐 관자(管子)로도 불리는 관중(管仲)은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하지만 당시 손꼽히는 거부(巨富)이기도 했다. 사마천은 사기에 그의 재산이 ‘열국의 군주보다 더 많았다’고 적고 있다. 부의 원천은 급여다.

이복 형과의 왕권 쟁탈전에서 승리한 제환공(齊桓公)은 적이었던 관중을 자신의 최측근으로 삼는다. 그리고 관중이 부국강병의 전략을 밝히자 상국(上國, 오늘의 국무총리)에 임명하고 나라의 일 년 치 세금을 급여로 주었다. 이후에도 제환공은 관중에게 조세 수입의 30%를 연봉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관중은 실제 제나라를 천하제일의 강국으로 키워 제환공을 춘추오패(春秋五覇)의 으뜸에 세웠다. 당시 제나라 사람들도 관중의 어마어마한 연봉을 전혀 타박하지 않지 않았다. 그의 부국강병책 덕분에 춘추시대 최부국이자 최강국 백성이 된 점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 현황이 공개되면서 재계의 걱정이 많다. ‘뭐 그리 많이 받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우려해서다. 그런데 대한민국 조세수입과 맞먹는 매출을 거두는 삼성전자 등기임원 평균연봉은 경쟁사인 미국 애플의 8분의 1이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경제력, 물가수준 등은 다르다. 그래도 삼성전자 임원이 결코 많이 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나마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그 격차가 더 하다.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핵심인재 대한 적절한 보상은 필수다.

한 회사와의 1년 전속계약 모델료가 10억원이 넘는 배우 전지현 씨는 최근 광고업계를 ‘싹쓸이’하고 있다. 추신수 선수는 메이저리그 텍사스레인저스와 7년간 1370억원에 계약했다. 기획사 몫 등을 뺀 매출 절반만 실제 수입으로 인정해도 이들의 소득은 삼성전자 등기임원을 넘어서게 된다. 그럼에도 전지현, 추신수가 돈 많이 번다고 마뜩찮게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자격이 있느냐다.

여러 계열사 임원겸임도 마찬가지다. 전국시대 소진(蘇秦)은 전국칠웅(戰國七雄) 가운데 6개 나라의 재상을 겸한 덕분에 합종책(合縱策)으로 초강대국이던 진(秦)을 견제할 수 있었다. 소진의 겸임이 깨졌을 때 합종책도 무너졌다. 효율이 중요하다.

물론 이번 연봉공개 결과 드러난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주주총회 등을 통해 문제점이 보완될 여지는 충분하다. 이번 연봉공개가 잘 정착돼야 대기업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책임경영하는 문화도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홍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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