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지 마세요”(마포대교 교통 통제 요원)
“어,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왜 안 되죠?”(시민)
30일 정오가 조금 지난 서울 마포대교 남단. 여의도쪽 진입로는 볕좋은 봄날의 일요일을 만끽하려는 나들이객들이 모여 ‘까치발’을 하고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다리 한복판을 향해 기웃거렸다. 한강대교 진입은 오전 6시 30분부터 완전히 통제돼 남단의 양쪽 끝 인도에만 시민 수십명씩이 모여 있었다.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끊임없이 들고 나는 와중에도 늘 백여명 이상은 먼발치에서나마 촬영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가던 길을 멈췄다. 남단 진입로 부근에 세워진 구급차와 촬영 스탭들의 차만 보일 뿐 일반 시민들의 시야에는 배우나 촬영 현장이 거의 잡히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로 다리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며 기다리는 나들이객도 적지 않았고, 일부는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하지만 어김없이 통제 요원들의 목소리가 휴대폰 카메라를 든 시민들을 막아섰다.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협조’와 ‘부탁’이 아닌 ‘금지’를 통보하는 태도였다. ‘어벤져스2’의 촬영을 두고 서울 시민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영화사측의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영화사에 단기 고용돼 현장에서 인파를 통제하는 요원들은 마포대교가 공공시설물임에도 영화 촬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예 휴대폰 카메라 등을 아예 촬영 지역쪽으로 들이대지 못하게 했다. 특별히 촬영 방해나 저작권 및 초상권의 침해 가능성이 없음에도 시민들의 행동을 통제했다. 시민들이 모여서 구경을 하는 곳과 실제 촬영이 이루어지는 곳 사이의 거리가 상당해 현장을 거의 찍을 수 없거나 혹시 찍는다고 해도 배포된다는 확증이 없는 상황임에도 시민들이 휴대폰 카메라만 들이대면 ‘촬영 금지’를 외쳤다.
실제로, 영화사가 이날 촬영 전 사전에 국내 언론에 배포한 협조 보도자료에는 ‘취재불가 사항’을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취재 및 사진/동영상 촬영” “촬영현장에 방해가 되는 일체의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초상권과 저작권에 위배가 되는 일체의 사진 및 동영상 촬영”으로 꼽았다.
영화사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인다손 치더라도 일반 시민들이 먼 발치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행위만으로 “영화의 스포일러”(영화의 중요 내용을 미리 밝혀 잠재적인 관객들의 감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으로부터 수십~수백 미터가 떨어진 곳에서 휴대폰 카메라가 촬영 현장을 방해할 리 만무다. 이날 시민들이 모인 곳에선 배우나 스탭들의 얼굴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혹시 사진으로 담긴다고 해도 원거리 촬영 자체가 초상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럼에도 공공시설물인 마포대교 양 극단에서 시민들이 반대편을 향해 휴대폰 카메라만 들이대면 ‘초상권 및 저작권 위반 가능성’을 들어 통제를 시도한 것이다. 초상권 및 지적 재산권의 중요성을 아무리 인정한다고 해도 영화사측의 이러한 태도는 ‘상업적 이익’을 위해 천만 서울 시민의 소유물을 잠깐 빌려 쓰는 이들의 태도로선 지나친 것이 아닐까.
한편, 이날 마포대교 여의도쪽 통제 라인 좌우 양편으로는 아래와 같은 경고성 게시판이 붙었다.
“현재 이 장소는 촬영 진행 중입니다. 현 장소를 통과하거나 진입하는 행위는, ASSEMBLED PRODUCTION KOREA LTD. 그리고 이와 연관된 모든 기관, 모회사, 자회사, 인가자와 모든 임직원으로 하여금 당신을 촬영 및 녹음할 권한을 가지게 하는 것이며 어떠한 배상 언급 없이 당신의 사진, 영상, 음성을, 영상물에 대한 배포, 홍보 또는 다른 방식을 통한 영구적 사용에 동의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당신의 사진, 영상, 음성이 들어간 어떠한 영상물의 배포, 홍보, 생산 혹은 개발에 대해 아무런 권한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되는 것입니다. 현 장소를 통과 진입하는 행위는 위 사항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고, 모든 사진, 영상 촬영 혹은 음성 녹음은 그에 의존하여 진행된다는 점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위 사항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장소의 통과 및 진입을 금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