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자리 잡아 놨는데…다시 자리 내주고 쫓겨날 판”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지하철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에서 300m 올라가면 강남에서 가장 핫한 ‘제2의 명동’ 가로수길이 나온다.
가로수길은 경리단길과는 사뭇 다르다.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대신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편집숍 대신 대형 브랜드 매장들이 자리를 꿰찼다.
경리단길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던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가로수길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처럼 가로수길은 대형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하다 보니 일대 상가 권리금과 임대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전용면적 66㎡ 기준 가로수길 점포 월 임대료가 지난 2008년초 300만~35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800만~1000만원선으로 3배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권의 가치를 말해주는 권리금도 4억~5억원 정도로 5년전에 1억 7000만~2억 5000만원이었던 것과 큰 차이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세 상인들은 애써 상권을 일궈 놓으면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거대 자본에 자리를 내주고 계속 쫓겨나고 있다.
결국 가로수길에 자리했던 많은 카페와 로드숍들은 그대로 사라지거나 메인거리 뒤편의 골목길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그나마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고 가로수길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가로수길 점포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골목상권이 다시 타깃이 되고 있다.
골목상권으로 옮겨 의류숍을 운영중인 김모 씨는 “가로수길에서 밀리고 난 뒤 애써 자리를 잡아 놨는데 이곳마저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어 다시 자리 내주고 쫓겨날 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김씨는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몇몇 개인점주들은 일찌감치 다른 지역에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가로수길을 종종 찾는다는 직장인 최모 씨는 “가로수길이 대형 프랜차이즈 상업거리로 변하면서 기존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젊은층들이 다른 신흥거리로 이탈하고 있다”며 “높은 임대료를 챙기려는 이기심 때문에 거리의 정체성과 개성을 잃으면 상권이 다시 퇴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상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막기위해 조례까지 만든 자치구도 있다.
서울 성동구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 예술인 공방 등으로 ‘뜨는 동네’가 된 성수동을 사람들이 계속 찾아 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며 성수동 건물주 52명을 포함해 상가 임차인 등 100여명이 함께 협약을 맺었다.
성수동은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지역 내에서 스스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곳으로 꼽은 지역(대학로, 인사동, 신촌ㆍ홍대ㆍ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 세운상가, 성수동) 중 하나다.
협약에 참여한 한 건물주는 “이익보단 동네가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주위 건물주에게도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생협약이 젠트리피케이션 극복의 모범이 되어 전역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choig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