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올리자 전 세계가 이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한 불안과 우려 등으로 술렁이고 있다. 과거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다수의 국가들이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다. 지난 1994년 갑작스러운 인상 때는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와 아시아 등 신흥국에 외환위기가 닥쳤다. 최근 중국의 성장 둔화로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겹쳐 또 한 번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으로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 전 세계, 특히 신흥국들에게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의 경우 이미 부채증가와 수요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금리인상이란 부담이 더해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는 3조달러가 넘는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는데 고수익을 노린 돈이 대부분 신흥국 채권에 몰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미 올해 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빼낸 자금은 5000억달러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금리 인하로 자금이 걷잡을 수 없이 유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긴축을 시사한 것만으로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적이 있다. 이때 대량의 자금 이탈로 인도, 멕시코, 터키, 인도네시아 등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경상 수지가 적자인 나라들과 외화보유액이 부족한 나라들은 외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 자국 기업의 달러화 부채가 많은 러시아와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등은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자국 통화의 약세로 달러화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 기업이 연쇄 부도 사태를 맞게 되면 위기는 곧 금융시장으로 번지고 결국 국가 재정에도 치명타가 될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인상 속도에 맞춰져 있다. 금리를 빠르게 올릴수록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이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도 위험요소 중 하나다.

세계의 시장 역할을 해 온 중국의 성장 동력이 꺾이면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2011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올해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6.9%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2016∼2018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3%로 추락하는 시나리오에서 신흥 시장과 글로벌 기업에 큰 타격이 있을것이라며 세계 경제성장률도 1.8%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수요 둔화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IT 등 다른 분야 기업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밖에 지난달 발생한 최악의 파리 테러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위협도 경제 심리와 활동을 위축시키는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폴란드,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에서는 경제 여건 악화와 정치불안이 맞물려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나흘간 재무장관을 두 차례 교체해 랜드화 가치가 폭락했다.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은 브라질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들 나라는 정치적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은 내년에 각각 총선과 대선 등이 있어 정국 불안이 겹치면 위기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