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작년 12월 21일에 이어 일본 독신남들이 거리에 나섰다. ‘혁명적 비(非)인기 동맹’(革命的非モテ同盟)’이라는 일본 독신남 단체회원 20명여 명은 19일 도쿄 시부야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분쇄! 연애 자본주의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들의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혁명적 비인기동맹은 지난 2006년 10월 설립 이후 매년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이 되면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였다. 그때마다 그들이 외친 것은 “인기인과 비인기인의 격차도 해소해야 한다”였다.
이들의 분노는 단순 ‘리아쥬(リア充ㆍ리얼충<연애ㆍ동아리ㆍ일 등 사회활동을 즐기는 이들>)’를 향한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연인을 대상으로 발렌타인데이ㆍ화이트데이ㆍ크리스마스를 연인들의 잔치로 포장하는 사회 풍토와 광고 대행사에 분노한다. 리아쥬와 ‘히모테(非モテ)’로 사람의 계급을 나눠 풍자하는 사회에 대해 반발하는 것이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40대 모태솔로(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를 지칭하는 표현) 남성은 온라인 매체 BLOGOS에 “비인기 독신남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자녀 수당이나 육아 수당 등의 복지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며 “독신인 것도 서러운데 독신이라는 이유로 제도적인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리아쥬는 ‘일본 신분 제도 정점에 서있는 자’로 취급한다. 일본에서 인터넷 활동이 활발한 이들은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통념을 깨고 연애 및 사교 활동도 즐기는 이들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낸 단어다. 때문에 일본 인터넷 매체에서는“히모테에서 벗어나는 법”, “비(非) 리아쥬에서 리아쥬로 거듭나기” 등 독신자들을 자극하는 기사가 많다.
물론, 연애를 척도로 인간의 계급을 나누는 풍토는 비단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독신자들이 거리에 나와 “독신자의 인권”을 외치게 된 것은 높은 미혼률뿐만 아니라 양극화되고 있는 직업별 미혼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가와구치 마사히로(川口雅裕) 일본 젊은이 공학연구소 연구원은 2030년 50세까지 결혼하지 않은 인구 비율을 나타낸 일본 생애미혼율(生涯未婚率)이 남성 47.3%, 여성 30%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남성 10명 중 약 5명이 50세까지 미혼인 것이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9~2013년 사이 청년층 독신자의 비율은 33%로, 3명 중 1명이 독신이다.
문제는 생애미혼률이 남성 수익에 따라 정비례 관계를 띄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일본 총무성 ‘취업구조 기본조사’에 따르면 일본 남성 중 교원 및 안정적인 직종의 종사자들의 미혼율이 가장 낮다. 반면, 일의 헌신도가 높고 불규칙한 업무 경향이 짙은 무대연출가, 금융전문가 등의 미혼율은 높았다. 비정규직의 경우 미혼율이 50%를 상회했다. 여성은 남성과 반비례한 모습이었다. ‘의사’를 업으로 한 남성의 경우 미혼율이 2.8%에 그쳤지만 여성은 35%를 차지했다. 고수익의 종사자일 수록 여성은 미혼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외에도 자영업자, 법조인 등 고수익일 수록 일본 남성은 미혼율이 낮은 성향을 띄고 있었다. 때문에 ‘형편이 여유롭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반발이 일본 남성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혁명적 비인기동맹에 가입한 이들은 독신‘남’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최근 여성 미혼율도 높아지면서 혁명적 비인기동맹에는 여성 회원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단체의 설명이다. 현재 단체장을 맡고 있는 마크 워터(39)는 시위를 마치고 인근 카페에서 반성회를 가지며 “시위대에 여성도 있으니 성차별적 발언이나 극단적인 발언은 삼가자”고 말했다고 BLOGOS는 전했다.
혁명적 비인기동맹은 2006년 여성에게 고백했다 차인 한 독신남이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 아이디어를 얻어 설립한 단체다. 단체는 인기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모테(モテ)’와 ‘히모테(非モテ)’로 구분해 등급을 매기는 사회 풍토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발렌타인 데이ㆍ화이트 데이 등 연인을 위한 각종 행사일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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