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우주를 배경으로 ‘옛날 옛적에 멀고 먼 은하계에…(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사다리꼴 자막이 올라올 때부터 몸이 달아오를 것이다. 익숙한 주제가가 귓전을 때리면 심장이 두방망이질을 해댄다. 만약 당신이 ‘스타워즈’ 시리즈의 올드 팬이라면 말이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10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편이자, 새 시리즈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스토리 전개상으로는 ‘클래식 3부작’을 마무리하는 1983년도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의 뒤를 잇는다.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는 제국을 괴멸시킨 뒤 종적을 감춘 채 은둔에 들어갔고 그의 쌍둥이 레아 공주(캐리 피셔)는 반란군을 이끄는 장군으로 여전히 활동 중이다.
어둠의 세력은 ‘퍼스트 오더’란 이름으로 세를 넓힌다. 퍼스트 오더는 루크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지도를 얻기 위해 반란군의 파일럿 포 다메론(오스카 아이작)을 생포하지만 포는 지도를 드로이드(로봇) ‘BB-8’에게 이미 숨긴 뒤였다.
한편 퍼스트 오더 무리의 악행에 회의를 품은 스톰 트루퍼(병사) 핀(존 보예가)은 포를 도와 탈출을 감행한다. 사막 행성 자쿠에 불시착한 핀은 이 별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소녀 레이와 BB-8을 조우하며 어둠의 세력과 맞선 거대한 여정을 시작한다.
퍼스트 오더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핀과 레이가 이윽고 한 솔로(해리슨 포드)와 털복숭이 추바카를 만날 때면 올드 팬은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스타워즈’의 과거와 미래를 상징하는 신구 캐릭터의 어울림은 비교적 조화롭다. 연출자인 J. J. 에이브럼스 감독은 레이와 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면서도 올드 팬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레이 공주를 비롯해 ‘R2D2’, ‘C3PO’와 같은 드로이드 캐릭터도 ‘깨알’ 같은 활약을 펼친다. ‘광선검’과 ‘엑스윙’ 전투기도 향수를 자극한다. 물론 진일보한 기술력으로 보다 박진감 넘치는 광선검 액션과 역동적인 공중전 장면을 선보인다.
캐릭터와 소품뿐 아니다. 시퀀스가 바뀔 때마다, 앞 장면을 밀어내듯한 화면 전환도 올드 팬을 위한 배려다. 다소 촌스러운 듯하지만 ‘스타워즈’의 전매특허가 된 편집 기법이다.
새 캐릭터들도 입체감이 살아있다. 레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로 도도한 카리스마의 레아 공주와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시리즈 최초의 유색인종 주인공인 핀은 선량하지만 겁도 많은, 인간적 매력을 발산한다.
새 캐릭터 가운데 가장 문제적 인간은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이다. 카일로 렌은 ‘다스 베이더’를 잇는 새 악역이지만 어둠의 깊이가 원조엔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존재 자체가 스카이워커 가계의 대물림 되는 비극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다스 베이더와 루크의 관계를 아는 관객이라면 카일로 렌의 정체를 미뤄 짐작할 수도!) 하지만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입문자라면 이것이 왜 되풀이되는 비극인지 알 길이 없다. 한마디로 ‘진입장벽’이 존재한단 이야기다. 최소한의 ‘예습’ 없이는 스토리를 이해하긴 어렵다.
스카이워커 가문의 다크 포스와의 질긴 인연이 과연 새 시리즈를 이끌어 갈 참신한 발상인지, 이제는 낡은 클리셰인지 후속편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출생의 비밀이 ‘막장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단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엔딩을 본 관객이라면, 후속편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반복되는 주제일지라도 새로운 변주가 기대된다. 새 시리즈의 출발로 합격점을 줄 만하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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