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준비된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전자, 금융, 바이오에 이어 스마트카 사업을 새로운 신성장 동력으로 일찌감치 낙점했다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 부회장은 일찌감치 글로벌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도 폭넓게 접촉해왔다. 최근 2~3년새 이 부회장이 만났던 글로벌기업 CEO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내로라하는 경영자들이다. 이 만남들을 통해 IT와 제약업, 완성차업계 거물들과 상당한 친분을 쌓았고,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스마트카 영감’을 얻었다는 말도 들린다.
이 부회장이 2012년 초 BMW그룹의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의장을 만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글로벌 모바일업계 최대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제쳐놓고 이 부회장이 스페인 대신 택한 곳은 독일이다.
이 부회장이 그만큼 IT 못지않게 자동차 전장사업에 공을 들여왔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글로벌 자동차 최고경영자들과의 릴레이 만남을 보고는 이 부회장이 자동차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며 “다만 이번 삼성전자 조직개편안에서 스마트카 쪽에 전격적으로 비중을 둘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GM의 댄 애커슨 회장, 일본 도요타의 도요타 아키호 회장, 폴크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전 CEO 등을 최근 몇년 사이 여러차례 만난 바 있다. 이것을 보면 이 부회장이 애플과 구글이 4~5년전 진출한 스마트카 시장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사전 정지작업을 해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의 결단으로 이뤄진 전장사업 진출은 완성차사업의 실패를 스마트카사업으로 만회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장사업팀은 반도체 등 부품사업을 관장하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으로 꾸려져 힘이 실렸다. 전장사업을 지휘할 박종환 부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5년 설립한 삼성자동차에 파견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전장사업에 대한 의지는 앞서 발표한 삼성SDI 조직 개편에서도 읽힌다. 전기차 배터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I도 자동차용 배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터리 소재센터를 신설했다. 삼성SDI 내 유일하게 신설된 조직인 배터리 소재센터는 김유미 신임 부사장이 맡는다.
10대그룹 임원은 “앞으로 삼성전자가 어떻게 전장사업을 스마트카 사업으로 확장하고 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를 진화시킬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이재용 리더십에 대한 세부적 평가도 이뤄질 것 같다”고 했다.
권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