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결정으로 촉발된 논란은 일주일 만에 학계를 넘어 법조계 전체로 번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로스쿨 재학생들과 사법시험 준비생들도 연일 서로 비방하는 성명을 내놓고 피켓 시위와 삭발식을 감행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전국 로스쿨생들이 법무부 발표가 나온 직후 학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논란을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 4일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들이 자퇴서를 제출한 데 이어 8일엔 전국 24개 로스쿨 재학생들까지 일괄적으로 집단 자퇴를 택하며 법무부 결정에 강한 항의를 표했다. 법무부의 사과를 요구해온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회장 이철희)는 10일 대법원을 직접 방문해 법원의 소신 있는 결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그간 로스쿨 제도를 ‘현대판 음서제’에 비유하며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해왔던 사시 준비생들은 “자퇴서를 서둘러 수리하라”며 맞서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로스쿨 학생들이 본분을 망각한 학사일정 거부와 자퇴서 제출, 법무부 장관 퇴진 운동으로 다시금 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다”고 로스쿨생들의 집단 행동을 강하게 비난했다.
학계에서도 이번 법무부의 사시존치 발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의 모임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오수근)는 “2017년 폐지하기로 합의한 사법시험을 이제 와서 다시 4년간 유예하겠다는 법무부의 입장은 법을 신뢰한 국민의 믿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각 대학 로스쿨 원장들도 지난 8일 국회를 방문해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사법시험 폐지를 촉구했다. 또 로스쿨 교수들은 내년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 출제를 비롯한 법무부의 모든 업무에 협조하지 않기로 하면서 파열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회장 백원기)는 “사시 출제를 거부하려는 로스쿨협의회와 자퇴서를 제출하는 로스쿨 학생들이 지나치게 과민반응하고 있다”며 “로스쿨과 사시 제도가 7년여 간 병존하는 동안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앞으로 4년간 병존하면 큰 문제가 야기될 것 같은 인상을 국민들에게 준다면 국민들은 오히려 로스쿨의 폐지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대학의 법학교수들도 10일 국회 앞에서 사시존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법조계에서도 입장 차는 뚜렷하다.
대법원은 3일 ‘사시 폐지 유예 발표에 대한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가 단시간 내에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맞는 최선의 시스템을 찾기 위해 심층적 연구와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의견조율 없이 결정한 법무부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도 “법무부가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철회하지 않으면 장관 퇴진 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와 달리 사시존치를 찬성해왔던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경제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법조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시존치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법무부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 역시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위해 사법시험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급기야 갈등은 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법조인협회는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하창우 변협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데 이어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황이다. 사시존치를 위한 입법로비 관련 정보를 요청한 변협 감사의 요구를 하 회장이 묵살하고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 한국법조인협회의 주장이다.
지난 9일엔 ‘사법시험 폐지반대 전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 870명이 “일부 로스쿨 교수들의 자녀 10명이 아버지와 같은 학교 로스쿨에 입학했다”며 음서제 의혹을 제기하고, 해당 학교 측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등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