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프랑스가 ‘삐쩍 마른 모델’에 칼을 빼들었습니다. 모델이 되기 위해선 체질량지수(BMI) 등 ‘건강 증명서’를 받도록 법으로까지 규제하는 고강도의 정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패션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프랑스에서 더 이상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한 갸날픈 몸매의 모델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미(美)에 대한 현대인의 비뚤어진 시각이 ‘비쩍 마른 모델 퇴출’ 바람과 함께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AFP통신 등 외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의회는 최근 모델들로 하여금 의료기관에서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증명서를 발급받도록 했습니다. 프랑스는 또 잡지 등에서 보정을 거친 사진에는 반드시 그 사실을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모델들의 ‘건강 증명서’는 특히 체중(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를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모델의 원본 사진을 늘리거나 줄이는 등 체형에 변형을 가했을 경우 ‘보정했다’는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했습니다.
법을 어기면 최고 6개월의 징역형을 받거나 7만5000유로(약 9627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당초 이 법의 초안엔 1년 이상의 징역형 등 좀 더 강한 수준의 제재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초안에는 모델들에 대해 BMI 최소 기준을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이번 최종안에서는 빠졌습니다. 물론 패션계의 반발 때문입니다.
프랑스가 이처럼 건강한 몸매를 강조하게 된 데는 거식증 환자 증가 추세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3만~4만명이 거식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 2010년에는 모델 이사벨 카로가 거식증으로 고통 받다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특히 상당수 거식증 환자가 10대인 것으로 분석되면서 청소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비쩍 마른 체형의 모델’을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간 페미니즘 진영이나 사회학자들 사이에서만 나온 게 아닙니다. 유럽의 경제학자들까지 “지나치게 마른 체형의 모델은 패션쇼에 출연하거나 잡지 사진에 등장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까지 있었을 정도입니다.
런던경제대학(LSE) 연구팀은 지난 2012년 영국과 유럽의 여성 3000명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체형과 미디어의 영향 간 상관관계’에 대해 조사를 벌였습니다.
연구팀은 당시 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동료 그룹의 체형과 몸무게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식욕부진에 대한 최초의 경제학적 분석으로 평가되는 이 조사를 통해 연구팀은 “사회문화적 환경이 여성들에게 체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나쁜 식습관을 갖게 하므로 삐쩍 마른 모델을 패션쇼에 출연시키거나 잡지에 사진을 싣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5~34세의 여성들을 상대로 조사한 연구팀의 존 코스타 폰트와 미레이아 조프레 보넷 교수는 “정부의 통제가 왜곡된 식습관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성을 바라보는 미(美)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했습니다. 구석기 시대에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로 대변되는 건강한 여성상이 다산의 상징으로서 아름다움을 대표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도 아름다움의 기준은 천차만별입니다. 깨끗하고 흰 피부가 아름다움의 상징인 곳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그을린 피부가 미의 표본인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지역을 막론하고 상업 논리가 추구하는 미의 표상이 절대적 기준으로 관철돼 왔습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형성된 미의 기준에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른 모델에 제동을 건 프랑스와 여타 유럽국의 행보는 자연스러운 미의 기준을 되찾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미의 기준은 강요의 대상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