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터키 공군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지 5일이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양국의 갈등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터키가 사건 발생 초반 강경 모드에서 돌아서 대화를 제의하는 등 유화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대화를 거부하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전투기 격추에 대한 터키의 사과가 있기 전까지 대화에 응할 수 없다며 오히려 터키를 향한 제재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터키와 러시아의 대립이 여전한 가운데 프랑스 파리에서 30일 공식 개막하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나라 정상의 만남이 전격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러시아는 터키가 긴장 완화를 위해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사건 발생 직후 “등에 칼을 꽂은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는 강경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는 전투기 격추와 관련한 터키의 사과가 있기 전까지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대신 러시아는 제재 수위를 점점 높여가면서 터키를 압박했다.

러시아는 터키 체류일정이 포함된 여행상품 판매 금지, 비자 면제협정 잠정 중단 등의 관광 분야 제재를 발표했다. 터키에 대한 보복 제재는 전날 터키산 상품의 금수 조치와 터키인 고용제한 등의 경제 부문으로 확대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가 현재 러시아에 체류하는 터키인이총 2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힘에 따라 이 중 상당수가 쫓겨날 가능성이 있다. 안드레이 이사예프 러시아 하원 부의장은 “러시아에는 실업자들이 많고 과거 소비에트공화국에 속했던 나라들의 노동자들을 활용할 수 있다”며 터키인 고용제한 조치가 이뤄져도 러시아 노동시장에는 큰 타격이 없다고 밝혔다.

터키가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지만 러시아가 제재를 밀어붙인 것은 터키의 대(對) 러시아 경제 의존도가 절대 낮지 않다는 점을 노린 조치로 보인다. 러시아의 제재가 본격화하면 터키는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터키를 찾은 러시아 관광객은 450만 명으로 독일 관광객 다음으로 많았다. CNBC에 따르면 터키는 천연가스의 55%, 석유의 30%를 러시아에서 수입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특히 터키가 러시아에 대화를 제의한 만큼 파리 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의 만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일단 파리 기후변화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만나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부토울루 총리도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 채널을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국 정상이 파리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단 러시아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터키 측으로부터 파리 회의에서 대화하자는요청을 받았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 전투기 격추 당일에도 사건 7∼8시간 후에 푸틴 대통령과 접촉하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였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의 보좌관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두 번의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강경 모드를 유지하면서 파리 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터키와의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면 러시아에도 득이 될 것이 없어 파리에서 두 나라 정상의 회동이 전격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가 전투기 격추에 따른 보복 조치로 각종 제재를 쏟아내고 있지만 터키가러시아의 다섯 번째 교역 상대국이라는 점에서 대립이 이어지면 러시아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CNBC는 “러시아에도 터키는 독일 다음으로 중요한 교역 파트너”라며 “러시아가 터키와의 경제관계를 끊으면 양국 모두 에너지, 관광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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