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2015년 한국 영화계는 칭찬할 일도, 축하할 일도 많았지만, 정작 한 해를 결산하는 영화제 시상식이 영화계에 가장 큰 오점을 남겼다.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2회 대종상 시상식은 한국 영화계의 취약한 체질을 그대로 노출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함께 후보에 오른 이가 대리수상을 하고 대리수상자마저 없어 사회자가 상을 받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아예 수상자와 시상자가 불참해 시상 자체가 취소되기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신인 감독상의 경우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백종열 감독이 주인공이 됐지만 대리수상자가 없어 함께 노미네이트된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대리수상을 했다. 이 감독은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시키다니”라며 “(백 감독과) 일면식도 없지만 상을 잘 전해주겠다”고 했다. 이 감독의 첫 마디는 시상식의 분위기를 그대로 요약한 셈이다.
이번 대종상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밝혀 파행을 자초했다. 스스로 권위를 출석상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물론 대종상이 스스로 권위를 깎아내린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1996년 제34회 대종상은 ‘애니깽 사태’로 지울 수 없는 흠자국을 남겼다. 그해 대종상은 개봉조차 하지 않은 영화 ‘애니깽’에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을 몰아주며 논란을 빚었다.
이번 시상식에서 사회를 보며 대리수상까지 ‘일인다역’을 맡은 배우 신현준은 행사가 끝날 무렵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영화제인 만큼 영화인들이 소중히 지켜나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의 몰락을 보는 관객과 영화인들은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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