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판사의 판결문과 검사의 공소장은 사건 관련자들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수정와 퇴고를 거듭한다.

수백 쪽의 서류를 다시 보고, 깨알 수정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빠트리는게 없도록 하기 위해 손가락에 바느질용 골무를 끼고 기록을 넘기는 풍경은 요즘 법원 판사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도 사람인지라 몇 년에 한번 정도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대법원이 1일 2심판사가 죄명을 잘못기재한 것에 대해 바로잡았음을 공개했다.

이같은 ‘오기(誤記) 사건’은 법조계에서 아주 드물게 발생한다. 한 달에 수백 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재판부의 과로때문이라는 해명도 나름 일리는 있어 보인다.

1998년 9월, 대법원 1부(주심 이임수 대법관)는 관급공사 허가를 미끼로 부하직원이 챙긴 뇌물 중 66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내 한 구청장의 특가법상 뇌물사건 상고심에서 “원심이 판결문에서 인정한 수뢰액의 합계가 6100만원임에도 추징금 6600만원을 선고한 것은 모순”이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심리결과 1, 2심 재판부는 검찰 공소내용을 모두 수용, 피고인의 9차례에 걸친 수뢰액수대로 추징금은 올바르게 선고했으나 판결문에 공소사실이 아닌 새로운 범죄내용을 추가해 기재하고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중 1개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고인이 1996년 10월 서울 여의도에서 500만원을 받은 공소사실을 판결문에는 10월 뿐 만 아니라 같은해 11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5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추가해 적은 부분과 1996년 12월 1000만원, 1997년 1월 600만원을 수뢰한 사실을 96년 12월에 6백만원을 받은 것으로만 기재한 부분이 원심 판결문의 오기라도 대법원은 적시했다.

이 때문에 원심 재판부가 인정한 공소사실은 뇌물액수가 6600만원인데 판결문 범죄사실의 합산금액은 6100만원으로 계산돼 500만원의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공소제기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재판하지 않는다는 불고불리의 원칙이 위반된 경우”라며 “특히 1심에서 발생한 이같은 위법을 2심에서도 똑같이 저질러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원 관계자는 “업무 폭주로 인해 공소장을 옮겨 적는 과정에서 이같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가 공소장에 적용법조문을 잘못 기재하기도 했다.

2012년 11월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화장품제조사 S사와 그 관계사의 대표로 일하며 제품 구입가격을 부풀려 세금을 포탈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와 정모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의 범죄는 조세범처벌법 제11조2의 2항에 해당하지만 검찰은 제11조2의 4항 1호를 공소장에 적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사가 피고인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적용 법조를 잘못 기재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판결문의 엄중함은 법을 공부한 첫 날 부터 배우고 가슴에 새기며, 업무중 실수가 업도록 만전을 기한다”면서 “오기에 대해 어떤 핑계를 댈 수 없으며,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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