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다음달 부터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대면 실명확인’ 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금융권이 정맥, 지문, 홍채, 얼굴 등 생체정보를 활용한 인증방식 도입에 잰걸음이다. 생체정보를 통한 인증은 별도로 매체를 휴대할 필요가 없어 간편할 뿐만 아니라 분실우려가 없어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반면 위조되거나 유출 시 상당한 피해와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중순부터 손바닥 정맥을 통한 본인인증방식을 도입한다. 일반 영업점과 현금입출금기(ATM)에 정맥 분석이 가능한 센서를 부착해 금융 거래가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별도의 통장이나 카드 없이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센서에 손바닥을 대면 적외선 센서가 손바닥 피부 속 정맥의 패턴을 읽어내는 방식이다. 정맥 인식의 오차율은 0.0001% 이하로 4%정도인 지문 인식보다 낮다.
생체인증 도입 열풍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내년부터 생체인식 본인확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하나금융그룹은 KEB하나은행을 통해 안면근육 인식을 통한 비대면 본인확인 기술을 시범적용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홍채 인식을 시도한다. 기업은행은 최근 이와 관련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이리언스와 홍채를 활용한 비대면 본인인증 서비스 개발 협약을 맺었다. 홍채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송해 본인을 인증하는 방식이다. NH농협은행은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인증에 관심이 높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비대면 채널에서 생체 인증 활용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의 생체 인증 기술 도입에 기폭제가 된 것은 비대면 본인 인증이 필요한 인터넷 전문은행 등 정부의 핀테크 육성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대형 은행과 IT기업과의 업무 제휴를 통한 비대면 생체 인식 기술의 상용화를 유도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금융당국은 인터넷으로 금융계좌 개설 시 ▷신분증 사본 제출 ▷기존 계좌 활용 ▷영상통화 ▷현금카드 등 접근매체 전달 시 확인 등의 방식 가운데 적어도 2가지 이상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실명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상황이다. 2가지 의무확인 방법 이외에 휴대폰 본인인증을 통한 확인 등 금융회사가 확인방법을 추가 사용토록 권장했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일단 기술 개발이 초기 단계인 상태에서 고객들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미지수다. 우리은행은 2000년대 초 인터넷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이용시 지문을 통한 본인식별시스템을 갖췄지만 설치ㆍ유지 비용은 많은 데 비해 고객 이용률은 미미해 지문을 통한 거래방식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생체 정보가 유출될 경우 거래정보 유출 이상으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에는 미국 인사처(the 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가 자체 서버에서 560만 여개의 지문들을 도난당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이 생체 정보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기존 시스템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생체 정보 활용 시스템 도입이 대세라고 해도 사고 발생 가능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금융권이 생체 정보 활용과 관리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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