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기업 구조조정의 감원 칼바람이 금융권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비대면 거래 증가, 인터넷은행 출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속에서 고질적인 인사적체 및 저금리ㆍ저성장 기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금융사들이 줄줄이 ‘몸집줄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본격시행되는 가운데 고비용 인력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희망퇴직 시행 바람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고용확대 계획을 밝힌 만큼 올해 희망퇴직 규모는 역대급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은행권 내년 임금피크제 도입 앞두고 희망퇴직자 늘어날 듯=은행들이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걸쳐 대규모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은행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수익성 정체와 인력 적체 해소, 신규 채용 확대 등을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원 스스로도 임금 감액률이 높은 임금피크제 대신 두둑한 퇴직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내년 임금피크제 본격화를 앞두고 올해 퇴직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에서 30일까지 10년 이상 재직중인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및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출생연도 등에 따라 월 평균 임금의 9개월에서 최대 30개월분의 특별퇴직금이 지급되는 조건이다. 내부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으로 200여명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빠르면 올해 말 임금피크제 적용자에 한해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월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한 이후 올해에만 두 번째 이뤄지는 인력감축이다. 희망퇴직을 통해 신규 채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인 만큼 그 규모는 상반기 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희망퇴직 신청자는 1121명으로 전체 대상자의 20%를 웃도는 규모였다.
SC은행도 희망퇴직 조건을 놓고 노사가 협상중이다. 특이한 건 이번엔 사측이 아닌 노조쪽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하자고 먼저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SC은행 관계자는 “내년부터 만 56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가운데 적용 대상자를 중심으로 희망퇴직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측에서도 비대면영업과 슬림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내에 노조와 협상을 통해 퇴직조건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조건이 제시될 것으로 보여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승진 누락자 등이 대거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C은행은 2011년 명예퇴직으로 800여명, 작년 특별퇴직으로 2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연례적으로 매년 말, 매년 초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 내년에 처음으로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서 올해 퇴직규모는 예년보다 커질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부지점장급 이상 200명, 차ㆍ과장급 이하 110명 등 310명에게서 희망퇴직을 받았고, 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속 직원에 한해 만 40세 이상의 일반직, 4급 이상의 과장급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270명을 내보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임ㆍ직원수는 7만3940명으로 2013년 말(7만6511명)에 비해 2571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1247명이 줄어들었다.
▶카드, 증권, 보험도 감원바람 예고=은행 뿐 아니라 감원 바람은 증권, 보험, 카드 등 다른 금융업권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대대적으로 인력을 감축한 보험과 증권업계는 올해 연말 한차례 더 피바람이 불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KB금융지주에 인수돼 지난 6월 새롭게 출범한 KB손해보험의 경우 김병헌 사장이 직접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역량향상 프로그램’을 가동해 2명의 퇴사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말 기준 1818개였던 국내 증권사 점포수는 올해 6월 기준 156개로 36.4% 줄었다. 같은 기간 4만3364명이었던 증권사 임직원수도 3만6078명으로 1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정부의 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 0.3~0.7%포인트 인하 악재를 만난 카드업계도 당장 희망퇴직, 신규 채용 축소 등 긴축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줄어든 수수료 수익을 메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인력 채용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가장 비용 절감 효과가 큰 것은 인력 감축”이라면서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임금부담이 높아졌는데 수수료 인하로 순익은 감소함에 따라 채용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