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자산 16배 불린 숨은 조력자 ‘마이클 라슨’ -부호들 자산 늘리고 상속ㆍ세금 문제 관리하는 ‘개인투자회사’ -자선재단ㆍ자산운용사ㆍ헤지펀드 형태로 운영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Bill Gatesㆍ60)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립자는 800억달러(한화 약 90조6500억원)에 이르는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까. 빌 게이츠가 끊임없이 자산을 불릴 수 있었던 데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빌앤멀린다게이츠 인베스트먼츠(BMGI)’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이클 라슨(Michael Larson)이다. 그는 빌 게이츠의 투자회사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Cascade Investment)를 통해 게이츠의 개인 자산과 ‘빌&멀린다게이츠 재단’의 기금 435억달러를 관리한다.
빌 게이츠는 1994년 당시 채권펀드 매니저였던 라슨을 캐스케이드의 CIO에 앉히면서, 그에게 원하는 투자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가치투자’, ‘매입보유투자’ 등을 중시한 라슨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자산에 걸쳐 투자했다. 투자나 회사 운영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 ‘문지기’(gatekeeper)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라슨이 이끈 캐스케이드는 캐나다국영철도회사(CNR)와 코카콜라를 생산하는 펨사(Femsa) 등에 투자했으며,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버크셔해서웨이 지분도 약 4%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라슨의 22년간 자산관리로 1994년 50억달러였던 게이츠의 자산은 현재 800억달러로 16배 불어났다. 기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늘어난 까닭도 있지만, 의외로 라슨의 투자성공이 자산증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게 월스트리트의 평가다.
캐스케이드는 게이츠의 자산을 관리하는 독립 자문사 ‘개인 투자회사’(private investment office)다. 과거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로 통용되던 것이 최근 개인투자회사라는 용어로 바뀌는 추세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부호들의 자산을 증식하고 상속ㆍ세금 문제 등을 관리하면서,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캡제미니(Capgemini)에 따르면 현재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에 걸쳐 4000개가 넘는 개인투자회사 및 패밀리오피스가 활동하고 있는데, 대부분 자선재단의 형태로 운용된다. 상속이나 사업지배구조 관리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ㆍ61)는 2010년 자산 관리를 위해 개인투자회사를 만들면서, 피터 애덤슨(Peter Adamson)을 고용했다.
애덤슨은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 재벌’ 엘리 브로드(Eli Broadㆍ82)의 CIO로 일하던 미국의 스타급 자산관리인이었다. 당시 디스커버리 채널과 합작으로 방송국 ‘오프라윈프리네트워크’(OWN) 설립을 추진 중이던 윈프리는 24억달러에 이르는 자산과 자선재단(오프라 윈프리 재단) 기금 2억달러의 관리를 도울 사람이 필요했다.
윈프리는 개인투자회사를 만들던 중 2001년부터 브로드 재단에서 일하며, 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애덤슨을 적임자라고 판단해 CIO로 영입했다.
미국의 컴퓨터제조기업 델의 창업자 마이클 델(Michael Dellㆍ50)도 100억달러 규모의 자산 관리를 위해, 패밀리 오피스 MSD캐피털을 세웠다. MSD캐피털은 2004년 2억8000만달러를 들여 하와이 마우이섬에 위치한 포시즌호텔을 사들였고, 현재 호텔 가치는 10억달러 정도로 껑충 뛰었다. 74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부동산 갑부 엘리 브로드 역시 패밀리오피스 형태의 자선재단(브로드재단)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면서 각종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개인 투자회사는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 형태를 띠기도 한다. SAC캐피탈어드바이저의 창립자 ‘헤지펀드 거물’ 스티브 코헨(Steve Cohenㆍ66)은 금융 당국의 감독을 피하기 위해, 운용하던 헤지펀드 SAC를 개인 투자회사로 바꿨다. 2013년 월가 역사상 최악의 내부자거래에 휘말렸던 SAC캐피탈은 벌금 18억달러를 선고 받은 이후, 코헨은 SAC를 자신의 자산만 관리하는 포인트72(Point72)로 변경했다. 코헨의 자산은 120억달러에 이른다.
국내에서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이민주 회장의 ‘에이티넘파트너스’는 한국형 패밀리 오피스로 꼽힌다. 이 회장은 자신이 세운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엠(C&M)을 2008년 매각해 벌어들인 1조5000억원을 에이티넘파트너스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1975년 완구업체 조선무역을 창업한 이 회장은 외환위기 때 지역유선방송(SO)을 사들여 씨앤엠(C&M)을 설립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가족재단 등을 설립할 때 세제혜택이 많지 않아, 개인투자회사 산업은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