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 자유로워 대출사기 악용 지급정지 등 신고절차도 복잡
은행계좌가 아닌 증권계좌를 범죄에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은행ㆍ증권사 간 정보 연계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인터넷 물품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팔 것처럼 속여 돈만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A(28) 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A 씨는 실제 물건이 없는데도 인터넷 물품거래 사이트에 공연티켓, 휴대전화 등을 판매한다는 글을 허위로 올려 돈만 받아챙기는 수법으로 작년 9월부터 최근까지 피해자 88명에게서 11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자신의 통장이 보이스피싱ㆍ파밍 등에 이용된 것으로 확인돼 은행에서 거래가 정지되자 은행에 연계되지 않고 개설이 자유로운 증권계좌 20여개를 만들어 물품판매 사기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계좌는 전자금융사기 이용계좌로 의심될 때 지급정지한 후 계좌개설 제한 등을 통해 추가 범죄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급정지 정보가 증권사와 연계되지 않아 증권사의 추가 계좌개설에는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런 현실을 이용해 최근 증권계좌를 개설해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특히 증권계좌를 이용한 범죄 중에는 대출을 해준다고 속여 일정 금액을 증권계좌에 먼저 입금하라고 요구하고 잠적하는 등의 수법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증권계좌가 범죄에 이용되는 것은 은행계좌보다 증권계좌가 범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계좌는 피해자가 사기를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지급정지 조치를 할 수 있고, 24시간 콜센터 사고 전담부서를 운영해 상담원 접수를 통한 지급정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증권사의 경우 업무시간 외에는 대부분 ARS로만 관련 범죄 사고 접수가 가능한 형편이다. ARS 사용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중론이다.
경찰 관계자는 “무엇보다 인터넷 거래 시 본인 명의 실명계좌를 사용한다고 섣불리 믿지 말아야 한다”며 “가급적 직거래를 하고 온라인상 현금거래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지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