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 시대 ‘소도’라는 장소가 있었다. 천군이 제사를 주관하는 곳으로 죄인이 이곳으로 도망치면 잡아갈 수 없는 은신처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날 범죄인들은 외국을 소도로 여기는 것 같다. 최근 해외로 도피하거나 아예 해외에 체류하면서 전화금융사기 등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공조수사 요청이 2011년 242명에서 지난해 349명으로 3년 만에 44.2%나 증가한 사실을 보면 그 실태를 알 수 있다.
수년 째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대부분의 전화금융사기 주범들도 해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국경을 초월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경찰도 이에 대한 든든한 대응책이 마련돼 있다. 국경 없는 범죄가 있다면 국경 없는 경찰, 인터폴(Interpol)이 있고, 대한민국 경찰이 그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다.
인터폴은 UN 다음으로 회원국이 많은 국제경찰기구로서 190개국이 가입해 있다. 인터폴은 100년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글로벌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다. 도난 또는 분실된 여권을 등록한 데이터베이스뿐 아니라 도난 차량 및 문화재ㆍ지문 ㆍ불법 총기 등에 이르기까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찰은 1964년 인터폴 가입 이후, 현재 사무총국 등에 4명의 경찰관을 파견하고 있고, 각종 단속 프로젝트와 회의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 대한민국 인터폴은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해외 도피 및 체류 범죄자 검거를 해당 국가에 요청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직접 해외로 나가 현지 경찰 등과 함께 공조 수사를 시작했다.
올해 7월 필리핀 이민청과의 합동 작전을 통해 살인 음모 및 1000억 원대 유사석유를 제조 판매하고 도피 중이던 조직폭력배 수괴들을 도주 4년 만에 필 리핀에서 검거하여 국내로 송환했고, 교민들을 상대로 갈취 등을 일삼던 한인 동네 조폭들도 현지에서 검거했다. 이는 경찰 창설 70년 만에 대한민국 경찰이 해외에서 범인을 검거한 최초의 성과였다.
필리핀에서의 활약 이후 필리핀 교민회의 간부는 한 방송에서 “예전에는 범죄 피해를 당하면 필리핀 경찰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한국 경찰을 의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현지 경찰과 함께 직접 전화금융사기 콜센터 등을 급습, 올해에만 총책들을 포함해 70여명을 현지에서 검거하였고, 이미 그 중 절반을 국내로 송환하여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지난 8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동남아국가 경찰고위급 회담(ASEANAPOL)에서 ‘위르겐 스톡’ 인터폴 사무총장은 태국 등에서 보여 준 한국 인터폴의 적극적인 현지 공조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대한민국 인터폴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자는 반드시 검거된다는 원칙을 세우고, 나아가 해외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까지 그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인원과 조직 등을 확대 재정비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범죄자들이 국경 없는 범죄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인터폴은 지금도 국경 없이 그들을 쫓고 있다.
gi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