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서울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사업의 ‘핵’으로 거론되는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22개 단지 9185가구가 지난 14일 강남구청 안전진단 심의를 통과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발빠른 투자자들은 “드디어 때가 왔다”며 눈여겨보던 압구정 지구 급매물을 이미 대거 매입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의 전언이다. 17일 방문한 압구정동 O공인 관계자는 “여기는 (안전진단 통과) 발표가 나기 전에 이미 정보가 싹 돌아서 급매물이 소진, 상황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강남 부자들의 압구정에 대한 러브콜은 진지하고 꾸준한 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압구정이라는 클래스는 영원하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투자안정성이 높은 강남, 그 중에서도 황제株격인 압구정에 대한 강남 부자들의 집착은 유별난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분위가가 한바탕 술렁이고 난 뒤 압구정이라는 자부심과 대한민국 최고 부촌 구현이라는 이상과는 달리 긴시간이 불가피한 사업기간 등 숱한 현실적 난관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압구정 재건축 사업이 빨라야 10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유자들 중 60~70대 노년층이 많아 이들 대부분이 10년 이상 걸릴 재건축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재건축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재건축 조합원들의 강력한 추진 의사인데 이미 시작부터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인 반포동 사주와부동산의 이윤상 공인중개사는 “안전 진단을 통과했으니 이제 걸음마를 뗀 셈”이라며 “추진위 출범부터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까지 거쳐야 할 단계들이 많아 사업 완료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의 한 공인중개사도 “압구정 재건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60~70대들의 관심도는 덜하다”면서 실제로 압구정 투자에 관심 가질 만한 사람들은 돈 많은 30~40대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압구정 아파트는 대부분 대형 평형이고 소유자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해 강남권 여타 재건축 단지보다 높은 호가를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덩어리가 크다는 말이다. 각종 변수가 많은 재건축사업이 조금만 삐걱거려도 20억원 정도의 거액이 장기간 묶일 수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매매된 아파트 가격대는 15억원~25억원대를 오르내렸다. 국토부 실거래가 조회 결과, 구현대1단지 131㎡(7층)이 14억4600만원, 신현대9단지 152㎡(12층)가 19억5000만원, 구현대7단지 196㎡(14층)가 24억8000만원에 각각 매매됐다. 만약 이 금액을 은행에 10년간 예치할 경우(연이율 3%로 가정) 14억4600만원은 10년 후 약 19억원, 19억5000만원은 10년 후 약 25억원, 24억8000만원은 10년 후 약 32억원이 된다.

즉, 투자이익이 최소 5억~8억원 이상 나야 본전이라는 얘기다. 특히 압구정 지구에 적용되는 기부채납률 등이 높은 편이어서 투자수익으로 이어질 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재건축사업 수익성은 면적과 연령에 반비례한다”며 “압구정의 경우 면적이 크고 연령대도 높아 재건축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