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잘 쓰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린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누구든 상관없으니 사람만 뽑아 달라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것도 경영을 맡아야 할 기관장에 대해서 말이다. 대장이 없는 조직은 오합지졸이 되기 십상이다. 리더가 없다 보니 추진력도 약해진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방향을 잡아 줄 조타수가 없다 보니 조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증권업계 IT 인프라를 담당하는 코스콤의 사장 자리는 작년 11월 우주하 전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후 4개월째 공석이다. 더 큰 문제는 코스콤 이사회가 사장 인선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코스콤 이사회는 지난 1월 정관을 바꿔 사장 직무대행이 전무이사를 선임토록 했다. 또 새로 선임된 전무이사가 대표이사 직무대행직을 겸직토록 했다. 공석인 사장은 제쳐두고 직무대행만 새로 임명하는 기이한 모습이다.
코스콤 사장 자리는 통상 낙하산 인사에서 빠지지 않는 자리다. 외부 입김이 세게 작용하다 보니 사장 인선작업을 할 때마다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금 상황은 그 이전보다 더 나빠 보인다. 사장 공석사태가 너무 장기화되다 보니 코스콤 일각에서는 낙하산 불문하고 일단 특정 인물을 낙점해 달라는 하소연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은 태평(?)이다. 그것 말고도 신경쓸 게 많다는 인상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사태가 더 심각하다. 전임 문재우 회장이 퇴임한 후 벌써 7개월째 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특수고용종사자보호법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처럼 처리해야 할 사안이 많은데도 정부가 늑장으로 일관하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부작용이 커지고,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수개월째 공석에도 기관들이 굴러간다면 거액 연봉의 기관장 자리를 아예 없애버리면 어떠냐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현 정부에서 기관장 인사는 늘 이런 식이다. ‘만사(萬事)’가 아닌 ‘만사(慢事)’가 되는 꼴이다. 인사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