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사이트 등 플랫폼 다변화 따라

방송 독점 줄고 장르·데뷔통로 넓어져

유병재등 새 코드 맞는 스타 속속 등장

‘본방사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코미디 프로그램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입맛따라 골라보면 그만인데, 심지어 짧은 콘텐츠의 나열이니 한 시간 내내 프로그램을 지켜볼 필요성이 사라졌다. 젊은 시청자는 모바일을 통해 4분 분량의 인기코너만 재생하며 TV 밖 세상에서 코미디를 즐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바일 시대에 돌입하며 코미디 장르의 변화는 더욱 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콩트 코미디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처럼 공개 코미디 시대 역시 저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짧고 가벼운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대에게 공개 코미디는 ‘호흡이 길게 느껴지는 콘텐츠’라는 것이다.“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콘텐츠가 변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박성재 CJ E&M PD)이라는 시각이다.

플랫폼의 변화가 가져올 코미디 장르의 변화에 대해 업계에선 여러 가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바일 시대의 코미디는 “방송 코미디의 독점이 줄고”, “코미디 장르의 외연이 넓어지며”, “개그맨 데뷔의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방송사가 코미디의 유일한 출구였다면 플랫폼의 다변화는 새로운 코미디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말했다. 전문화된 장비를 통해 완성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 코미디가 아닌 새 플랫폼에서 누구라도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더해 “장르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형식의 다양한 코미디가 등장할 것”이라는 정 평론가는 “해외의 ‘퍼니스트 홈비디오’, 지역축제의 서커스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가 코미디의 새로운 분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얼굴을 스타로 만드는 역할도 한다.

최대웅 작가(MBC ‘황금어장’)는 “제도권 안에 몸 담은 방송 코미디가 플랫폼을 넘어서면 보다 자유로워진다”며 “UCC(User Created Contents) 등을 통한 참신하고 짧은 기획의 코미디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업계의 진입장벽도 낮아져 재야의 고수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공채출신 대신, 웃음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언들이 등장”(박성재 PD)하리라는 흐름이다.

동영상 사이트와 인터넷 개인방송 등은 이미 ‘스타 등용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100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스모쉬(smosh)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안 헤콕스와 안토니 파딜라는 유튜브를 통해 ‘포켓몬’ 테마의 뮤직비디오, ‘스타워즈’ 테마의 총싸움 등 다양한 형식의 코미디 비디오를 제작해 인기를 모았다. 2007년 3월엔 유튜브 비디오 어워즈에서 전년도 최고의 코미디 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의 대표적인 사례는 방송인 유병재다. 유병재는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쓰고 출연한 ‘니 여자친구’의 뮤직비디오가 16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UCC 스타로 거듭났다. 이후 유세윤과 함께 방송활동을 시작해 케이블 채널 tvN ‘SNL코리아’의 작가 출신으로 코너 출연을 겸하며 방송인 스타가 됐다.

일본에선 기획사가 직접 나서 웹을 통한 콘텐츠 제작을 시도 중이다.

6000여명의 개그맨이 소속된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요시모토 흥업의 최신화 한국사무소 대표는 “방송을 벗어나 자체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모바일로 볼 수 있는 공연과 콩트 등을 제공한다. 유명 스타의 콘텐츠도 있지만 신인들 위주의 코미디 콘텐츠가 많다”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이기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 대표는 “카메라 한 대를 놓고 단순하게 접근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비용 발생의 부담이 없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개그맨의 자기계발과 스타 발굴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방송사의 입장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스타 발굴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미 플랫폼의 다변화로 생소했던 얼굴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비지상파 채널에서도 1인 미디어 스타들의 활용이 중요한 부분으로 떠올랐다. ‘대도서관’, ‘김이브’, ‘양띵’ 등의 1인 미디어 스타들은 다양한 소재와 형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영상화해 영역을 확장 중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중국 관계자들까지 눈독을 들이는 ‘킬러 콘텐츠’다. 때문에 방송업계에서도 MCN 사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엔 UCC로 불린 제작 콘텐츠의 진화형을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으로 볼 수 있다. CJ E&M은 이미 지난 2013년부터 MCN 사업에 진출했고, 올해에는 ‘다이아TV(Digital Influencer&Artist TV)’라는 브랜드를 구축해 국내 1인 미디어 창작자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J E&M과 파트너가 된 크리에이터는 무려 400여개 팀에 달한다. 오는 2017년까지 파트너 2000팀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코미디 업계에서도 새로운 환경을 통한 스타들이 끊임없이 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플랫폼 다변화에 적응하는 국내 창작자의 입장에선 고심이 적지 않다. 부산에서 윤형빈 소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개그맨 김영민 역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웹과 모바일에서 공개한 사례가 있다. 김영민은 그러나 “현재 가장 완성도 있는 코미디는 방송 콘텐츠”라며 “방송만큼의 제작비를 투자하기 힘든 데다, 동양상 사이트나 페이스북 등의 환경엔 자극적인 상업계정 등이 난립해있어 콘텐츠가 양이나 질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저작권에 대한 가치들이 줄줄이 새고 있다. 자체 제작 콘텐츠가 무단 공유되는 등 콘텐츠로서 당장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새로운 유통 시스템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코미디 업계에선 “방송사와 창작자의 상생이 필요하다”(최대웅 작가)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선 방송 코미디가 업계의 90% 이상을 장악한 것이 여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안철호 SBS PD는 “코미디가 새로운 환경에서 외연을 넓혀 발전할 수 있는 ‘콘텐츠 파워’를 가졌으나 모바일 환경에서의 형편없는 수익구조는 콘텐츠 창작자인 개그맨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며 “현재는 방송코미디 위주의 구조이기 때문에 저작권 등의 문제에 쉽게 잠식 당하진 않겠지만 새로운 유통구조와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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