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전용 84.9㎡이하 휩쓸고 매매시장 전세가율 높은 곳에서 ‘갭투자’ 성행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주택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분양시장엔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용면적 84.9㎡이하 중소형 주택 공급이 대세가 됐다. 매매시장에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급등하면서 매매전환 수요가 늘어나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갭(gap)투자’라는 새로운 형식의 투자유형도 나타났다. 경매시장도 전세난을 피해 좀 더 싼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1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 5만6997가구 가운데 전용 84.9㎡이하가 5만4222가구로 95%나 된다. 사실상 대부분 실수요자층을 겨냥한 중소형 주택이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 가운데 전용 85㎡이상은 서울에서는 전체 분양 물량(6002가구) 가운데 단 272가구에 불과했고, 인천에서는 3553가구가 공급됐지만 한가구도 중대형이 없었다.
이런 분위기는 10월과 11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분양 아파트 크기를 확정하지 않은 곳이 많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역시 90%이상이 전용면적 84.9㎡이하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예를들어 단일 분양 단지로 사상 최대 규모로 이달 공급되는 대림산업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6800가구 가운데 6058가구가 전용면적 84.9㎡이하로 구성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전세난을 피해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실수요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낮춰 서울에서 전셋값 수준이면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시장에서는 전세가율 급등으로 매매전환 수요가 많다. 9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2.9%,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71.8%나 된다. 전셋값에서 조금만 더 보태면 내집마련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이런 분위기로 전세를 끼고 1000만~2000만원만 들여 집을 사는 ‘갭투자’도 성행한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갭)가 적은 아파트를 사들여 시세 차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싸게 집을 사는 것인데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가 대상이다. 일단 집을 사면 보증금을 대폭 올려 다시 시장에 내놓고, 집값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다시 파는 방식이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전세를 끼고 소액으로 집을 사서 단기간에 집값이 오르면 되파는 형식의 갭투자가 요즘 송파구 등 강남권은 물론 서울 전역에서 흔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실에 따르면 전세가율 85%인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150가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미 2013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매매된 37가구 중 실거주를 위한 거래는 2건에 불과했다.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전셋값 상승의 영향이 크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은 평균 94.4%로 2007년4월(97.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만 따지면 평균 97.3%로 2006년 12월(100.8%) 이후 최고치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이 100% 수준에 육박한다는 건 대부분 아파트가 감정가 수준에서 낙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셋값이 하도 많이 오르다 보니 조금이라도 싸게 낙찰 받으려는 사람들이 경매시장에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요즘 경매시장을 둘러보면 대부분 전셋값이 많이 올라 내집마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며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가격도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입찰가를 높이 쓰면서 낙찰가율이 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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