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국군 창설 67주년. 한 해 국방 예산이 40조원에 이를만큼 우리 군은 외형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병영 문화는 여전히 후진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세기 들어서도 끊이지 않는 군 내 폭행 및 가혹행위, 자살 등 각종 사고는 왜곡된 ‘군대 문화’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4월, 육군 28사단에서는 윤모 일병이 선임병의 가래침을 핥는 등 엽기적 가혹행위와 상습 집단구타에 시달린 끝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물한살 장병의 ‘단순 질식사’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발생 4개월이 지나서야 전모가 드러났다.
선임병에게 구타를 당해온 후임병이 자기 밑으로 들어온 후임병을 다시 폭행하는 ‘구타의 사슬’도 여전했다.
같은 해 6월엔 육군 22사단에서 임모(23) 병장이 GOP에서 동료 병사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터뜨려 병사와 부사관 등 5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도 발생했다.
관심병사였던 임병장은 부대 내에서 왕따와 기수열외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난히도 끔찍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가운데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란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대형 사건사고가 터질때마다 군 당국이 내놓은 개선책은 공염불에 그쳤다.
‘신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2000년), ‘병영생활 행동강령’(2003년), ‘선진병영문화 비전’(2005년), ‘병영문화 개선운동’(2011년) 등은 윤일병을 보호하지도, 임병장을 막지도 못했다.
군 내 폭행ㆍ가혹행위는 아직도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서영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군내 폭행 및 가혹행위는 총 3643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2건 꼴이다.
2011년 975건, 2012년 731건, 2013년 595건으로 줄어들다가 지난해 1008건으로 다시 크게 늘었다. 올해는 6월말 기준 334건이 집계됐다.
이같은 폭력 및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피해 장병이 신고를 해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고 사실이 알려져 보복을 당하거나 따돌림이 더 심해지는 등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절반에 가까운 장병들은 신고자가 익명성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인식했다.
권은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방부 자체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권침해 신고시 익명 보장이 안된다’고 답한 군 장병은 40.3%였다. 이 같은 답을 한 장병 중 사병은 45.5%로 간부(30.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군은 지난해에도 윤일병과 임병장 사건이 발생한 후 부랴부랴 20개 과제로 구성된 ‘병영문화 혁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탕ㆍ삼탕’ 정책이 포함됐고 민간 견제기구인 군 옴부즈맨 제도 등은 대책에서 빠지는 등 오랫동안 누적된 병영 내 악ㆍ폐습을 근본적으로 뿌리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악ㆍ폐습으로 얼룩진 왜곡된 군 문화가 우리 사회 조직 문화 전반에 스며들어 악영향을 끼쳐 왔다고 분석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기업이나 각종 조직 문화에 권위적인 군대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며 “군 내부에서 개선 대책을 세운다고 단번에 좋아지긴 쉽지 않고, 초등학교때부터 생활 민주주의와 인권 교육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에서는 군대는 군대다워야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들 하지만, 카투사로 미군부대에 다녀온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한국 군대 문화가 가진 특수성과 문제점을 알 수 있다”며 “21세기는 창의성이 중심인 지식기반사회인 만큼 상명하복식의 ‘군대 문화’부터 바뀌어야 사회 전체가 경직성을 깨고 유연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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