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당청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때마침(?) 개혁 과제가 등장한다. 유승민 사태 이후엔 노동개혁이, 공천전쟁에는 역사개혁이 나왔다. 청와대ㆍ여당, 친박ㆍ비박계의 사생결단식 내홍이 터질 때마다 ‘구원투수’처럼 등장하는 개혁 깃발이다.

고비 때마다 개혁 과제가 등장했지만 정작 노동개혁부터 별다른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이다. 여의도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역사교과서 문제도 난항이 예고된다. 계속 개혁 과제만 쌓여가는 여당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지난 7월 2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개혁을 최우선 현안으로 삼고 당력을 총동원하겠다”고 천명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자리를 가진 직후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전후로 당청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점이었다. 노동개혁을 계기로 당청관계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극심한 계파 갈등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 뒤로 노사정 대타협을 도출하는 등 진전을 보였지만 그 뒤론 오히려 후퇴 기로에 서 있다. 여당이 노동개혁 5개 법안을 강행하면서 노사정 당사자인 한국노총마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열린 노사정 대타협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도 “큰 틀에서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부분에 후속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노사정 대타협이 훼손될 수 있다(배규식 노사정위 수석전문위원)”는 등 노동개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나마 진전을 이룬 노사정 대타협조차 흔들릴 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사정 대타협은 우리가 추진해야 할 노동개혁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라며 노사정 대타협 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이후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입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환경노동위원회 통과 여부조차 확신할 수 없다.

노동개혁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이번엔 새누리당이 역사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노동개혁 당시와 유사하게 이번에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당청갈등이 불거진 때다. 당청 독대 회동을 거친 후 노동개혁을 내세웠다면, 이번엔 청와대와 김 대표가 ‘물밑 휴전’을 거친 직후다.

역사교과서를 두고 당청이 한 목소리를 내고, 친박ㆍ비박계 역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노동개혁과 유사한 흐름이다.

이날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 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 모두 예외없이 역사교과서 성토에 나섰다. 최근 언쟁을 벌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 대표 간에도 이견이 없었다. 공천 갈등 이후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낸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다. 갈 길 먼 노동개혁을 매조지기도 전에 역사개혁까지 더해지는 형국이다.

연이어 개혁 과제가 늘다 보니 최고위원의 직책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으로 노동개혁을 담당하고, 김을동 최고위원은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공천 룰을 담당할 특별기구 위원장까지 최고위원이 맡게 되면, 당내 최고위원 5명 중 절반 이상이 개혁과제 위원장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