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 얘기다.
최대주주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다. 질보다는 양을 우선 한다. 노조가 직접 이 경영에까지 참여한다. 외부수혈 거의 없이 주로 내부출신으로만 경영진이 짜여진다. 내부고발이나 엄격한 내부통제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엔 어떤 나라 얘기다.
단일 제조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의 7%를 넘는다. 정부는 고용을 위해 기업들의 해외공장 건설을 자제시킨다. 산업의 다양성이 낮아 고용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노조는 경영에 참여한다. 외국으로 국내 주요 기업을 매각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정부는 대주주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원천봉쇄하는 법을 만든다.
모두 귀에 익은 얘기들이다. 그런데 최근 폭스바겐과 독일경제에 대한 지적이다. 우리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독일이 사실은 우리와 닮았었다.
폭스바겐은 이번 사태를 ‘회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existence-threate ning crisis)’로 규정했다. 만약 폭스바겐이 붕괴된다면 어떻게 될까?
폭스바겐은 거의 모든 유형자산이 국내에 쏠려있다. 그나마 몇 안되는 해외 공장도 브랜드간 플랫폼 공유와 적기 부품공급(just-in-time) 생산체제로 국내와 사실상 한 덩어리다. 통째로면 모를까, 각 유형자산을 따로 제 값에 팔기는 불가능하다. 시스템을 통째로 사지 않는 한 쓸모가 거의 없다.
국내에는 통째로 살 곳이 마땅치 않다. 공급과잉에다 중국 경기도 부진하다.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들은 나서기 어렵다. 사모펀드나 중국과 중동의 국부펀드 정도가 군침을 흘릴 수 있지만, 독일의 국민기업을 해외 투기자본에 판다고 아마 난리가 나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정부에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현 체제를 유지시켜 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실제 프랑스에서 푸조-시트로엥, 르노가 이미 그랬다.
폭스바겐은 최대 수익원이었던 중국에서 최근 성장이 급격히 둔화됐다. 이번 파문이 아니더라도 이미 수익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상태다. 이번 사태까지 겹쳐 세금의 도움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기더라도 언제 빚을 갚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폭스바겐 탓에 유로존 최대경제권인 독일이 타격을 입으면 글로벌 경제에도 큰 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 보다는 지배구조가 더 선진화됐고, 대기업 쏠림도 덜하고, 노동유연성도 나은 독일이다. 아직은 독일만큼 기초가 탄탄하지 못한 우리 경제에서 주력산업이나 주력 기업이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낸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의 독일이나 폭스바겐 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역시 쏠림과 불균형은 ‘화식(貨殖)’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