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목숨 앗아간 경주참사 이집트 성지순례단 테러사건… 사고에 관한 3등국가 한국 국민 안전의식 개선이 먼저
지난달 17일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참석했던 꽃다운 청춘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이 10초 만에 무너져 미처 대피할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필자는 한국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임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육관은 시설기준을 무시하고 지어졌고, 행사는 엄청난 폭설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진행되었다. 한마디로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사고가 바로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다.
안전불감증 사고는 이뿐이 아니다. 체육관 붕괴사고 하루 전에는 이집트 관광단이 탑승한 버스가 시나이 반도지역에서 폭탄테러를 당했고, 한국인 4명이 사망했다. 2012년 한국인 관광객이 납치된 이후 외교부가 시나이 반도 일대를 여행제한구역으로 지정했는데도 여행사와 관광객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성지순례여행을 감행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테러세력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처벌을 촉구했지만 어찌하겠는가. 숨진 이가 살아 돌아올 리 만무하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현대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하였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인명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산업사회 이후 급증한 위험요인으로 인해 거의 모든 나라가 어떤 형태로든 크고 작은 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다만 선진국은 안전관리 수준이 높기 때문에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비교적 적을 뿐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사고로 인한 사망이 여전히 10대 사망원인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은 사고에 관한 한 저개발국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왜 이렇게 사망사고가 많을까.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나 폭설, 미흡한 안전 시스템이 주원인으로 꼽히지만 사실상 결정적인 원인은 안전불감증이다. 위험수준에는 주관적 위험수준과 객관적 위험수준이 있는데, 주관적 위험수준은 개인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위험수준이고 객관적 위험수준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위험수준이다. 안전불감증은 객관적인 위험수준과 주관적인 위험수준 간의 격차가 매우 크거나 심리적으로 느끼는 주관적 위험수준이 아주 낮은 현상을 의미한다.
폭설 속에서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강행한 것은 주관적 위험수준이 낮아서 생긴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선진국보다 월등하게 높은 이유도 주관적으로 느끼는 교통사고 위험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아서 생긴 결과다.
사고는 아니지만, 흡연도 안전불감증의 한 사례다. 세계보건기구와 정부 당국이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고 담배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교통사고 연간 사망자의 10배나 되는 5만명에 이르고 있는데도 성인남성의 40% 이상이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는 흡연에 대한 주관적 위험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사망사고는 안전기술이 올라가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안전기술이 올라간다고 해서 사망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지는 않는다. 안전불감증이 해소되지 않으면 계속될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자연재해도 조심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를 해마다 당한다면 이건 3등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아닌가.
헌법 제34조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다. 이 점에서 안전보장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지만,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안전불감증을 고치지 않으면 결코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없다.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가 제발 마지막 안전불감증 사고가 되었으면 한다.
문창진 차의과대학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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