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삼성사장단회의에서 54년 ‘반상의 인생’ 풀어내 -바둑과 승부, 끈기와 집요함 통한 경영 시사점 주목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지난 7월26일 오후 1시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 바둑 마니아의 시선은 온통 여기에 쏠렸다. 조훈현 프로바둑 9단과 조치훈 9단이 12년만에 반상(盤上)에서 만나 재대결을 펼친 것이다. 한때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던 두 사람의 재격돌에 당연히 바둑팬들은 열광한 것이다. 승부는 조치훈 9단의 시간패로 싱겁게 끝났지만, 바둑팬들로선 승패가 관심은 아니었다. 과거 한국과 일본에서 ‘조-조 시대‘를 이끌었던 두 사람의 반상 대결은 추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두 사람을 ‘뒷방늙은이’로 폄하한다면, 삿대질을 당할만큼 둘은 여전히 바둑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조훈현 9단(이하 ‘국수’로 칭함)의 존재는 ‘한국 바둑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9살에 최연소 입단했고, 한국 최초로 입신(入神ㆍ9단)에 올랐으며, 54년간 바둑알만 잡으며 불모지 한국 바둑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그래서 ‘바둑황제’라는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은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바둑 승부의 세계에서 일정 거리에 떨어져 있는 조 국수는 최근 제2인생을 살고 있다.

조 국수는 최근 첫 에세이집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출간했다. 책은 잘 팔렸고, 금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한 셈이다. 책에서 조 국수는 정상과 밑바닥을 여러번 오가는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하고 인생에 담대하게 맞설 수 있는 조언을 건넨다. 그는 “인생에서는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비록 이기지는 못했더라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생사(生死)의 승부사 기질은 희석돼가지만, 바둑과 인생을 전하는 ‘반상 철학가’ 풍모는 점점 선명해지는 듯 하다. 조 국수를 상징하는 끈질김과 인내와 결단, 이것과 인생 진리가 묘하게 어울리다보니 바둑을 모르던 대중들 역시 새롭게 조훈현을 바라보고 있다.

조훈현과 수많은 반상 대결을 펼쳤던 정수현 9단(명지대 교수)은 “집요함과 끈기는 조 국수를 따라올 자가 천하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포기는 절대 모르며, 죽음 앞에서도 한줄기 생(生)의 광채를 찾아내는 모진 생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했다.

이런 조 국수가 16일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서 내로라 하는 사장들 앞에서 강의를 했다. 삼성 사장들이 조 국수의 54년 바둑인생과 승부 얘기를 들으며 경영에 어떤 팁을 얻었을지 매우 궁금하다.

ysk@heraldcorp.com

▶조훈현 데이터 9=9살 나이 세계 최연소 입단, 대한민국 최초 9단 승단

159=프로 통산 우승 횟수

1900=세계 최초 바둑계 개인통산 돌파 승수

54=조훈현이 바둑에 바친 햇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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