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치밀하게 계산된 메시지다. 최고권력자가 참석하는 행사에서는 그 주변에 어떤 인물이 포진했는지를 보면 권력서열이 보이고, 최고 권력자가 어떤데 관심을 갖는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된다.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권력서열을 분석할때도 행사 사진이 이용된다.

이런 배경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7일 대구지역 방문이 눈길을 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대구광역시 업무보고에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12명은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초청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9일 인천 송도 방문 행사에 지역구 여야 의원들을 전원 초청했다. 이는 불과 전날 대구 방문 때 지역구 의원을 모두 초청하지 않은 것과 상반된다. 통상 대통령의 지방행사에는 해당 지역 의원들이 현장에 참석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간 서로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청와대 윗선의 의지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행사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대구시에서 지역 의원들의 참석 자제를 요청한 것이고, 인천의 경우 17개 광역시도가 주체가 되는 행사인 만큼 인천시에서 여야 의원들을 초청하기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사태를 거치면서 박 대통령에게 사실상 대립각을 세웠던 대구 지역 의원들에 대한 청와대의 반감이 드러 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구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유 원내대표는 선출직인만큼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의원총회를 통해 자진사퇴하면서 박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겪었다.

익명의 새누리당 의원은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배신의 정치’는 이미 결론 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는 안종범 경제수석과 신동철 정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4명이 수행했다. 이들은 모두 대구에서 대학교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내년 총선출마설이 나오는 인사들이다. TK지역은 박 대통령의 고정적인 지지기반이 어느 지역보다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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