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관과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한중관계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중관계가 긴밀해진 반면 혈맹이었던 북중관계가 소원해지고, 미일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등 요동치는 동북아 외교ㆍ안보 지형 속에서 박 대통령은 일단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중관계 진전이라는 발판을 마련한 한국 외교의 시선은 앞으로 한미동맹과 한일관계 개선으로 향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의 전승절 및 열병식에 대해 서방국가들이 ‘군사굴기(軍事堀起)’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상황에서 고심 끝에 참석을 결정했다.

중국은 이에 파격적인 환대로 보답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지켜봤다.

61년 전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함께 했던 자리라는 점에서 변모된 한중관계와 북중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중국의 환대는 지난 2일 박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과 잇따른 별도의 특별오찬, 그리고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연쇄회담에서도 드러났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4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대륙세력과 해양세력과의 관계가 모두 중요한데 박 대통령의 방중을 통한 한중관계 진전은 아주 잘됐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구인데 한미동맹에 얽매여 있던 한국외교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6자회담과 외교장관회담, 정상회담 등 다양한 채널의 외교레이스가 예고돼 있다.

우선 북핵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미국측 수석대표인 성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중국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샤오첸(肖千) 외교부 한반도사무 부대표도 다음 주 한국을 찾아 우리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김건 북핵외교기획단장과 권용우 평화외교기획단장 등과 만나 한중 정상회담 후속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또 이달 말 예정된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도 추진 중이다. 다음 주 한미,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논의에 따라 비슷한 시기에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도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10월말에서 11월초 사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를 두고 3국간 조율도 진행돼야 한다.

오는 10월16일 예정된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잇단 외교이벤트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한일관계 개선을 강조해온 미국측을 상대로 한 한국의 활동폭도 넓어진 상황이다.

특히 한중관계 진전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고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장은 “전승절과 열병식 참석이라는 중국에 큰 선물을 주면서 한중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남겼는데 이제 미국과의 균형외교와 일본과의 관계개선, 남북관계 진전 등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