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1. 지난 13일 밤 강모(48ㆍ여) 씨는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동거남과 다투다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동거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평소 동거남으로부터 자주 폭행당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7월에는 동거남에게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져 한 달간 따로 살다 최근 기간이 만료돼 이 둘은 다시 함께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 지난 7월 경기 파주에서는 재산문제로 다투다 아내를 폭행해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진 이모(76) 씨가 이를 어기고 집으로 찾아가 아내를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다.

재산 갈등과 치정 문제로 인한 가정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올들어 가정폭력 건수가 작년보다 두배이상 급증하고, 흉기 살인 등 범행도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다.

현행법상 가정폭력 가해자가 또다시 폭력을 휘두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접근금지명령, 퇴거 등 격리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한데다, 명령 위반 여부가 제대로 감시되지 않고 있어 더 큰 폭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발생 건수는 2012년 8762건, 2013년 1만6785건, 2014년 1만7557건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7월까지만 벌써 2만1381건의 가정폭력이 발생했다. 지난해 하루평균 48건이던 가정폭력은 올들어 하루평균 100건으로 두배이상 폭증했다.

이들 가운데 긴급임시조치가 내려진 가해자는 대개 한달 정도 피해자의 주거지나 직장에서 100m 이내로 접근이 금지되고, 이를 어기면 형사구속 조치 등이 추가된다. 긴급임시조치 기간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은 한 목소리로 고충을 토로한다.

한 일선서 수사관은 “접근금지명령을 어기고 피해자 집에 들어가려는 것을 신고받고 출동해 제지하려 하면 ‘우리 집에 내가 들어간다는데 무슨 참견이냐’며 오히려 화를 내기 일쑤”라고 했다.

또다른 수사관도 “접근금지나 피해자 보호시설 이송 등의 긴급임시조치가 한 가정이 영영 다시 화목했던 때로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고, 아예 가정에 파탄선고를 내리는 것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가정폭력사건은 재발 우려가 높고, 긴급임시조치 기간 만료 후 가정으로 돌아온 가해자가 보복성 폭력을 행사할 위험도 큰 만큼 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성범죄자에게만 전자발찌를 부착해 감시했다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가정폭력 가해자에게도 이를 적용해 피해자에 대한 접근을 감시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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