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늘려 마진 보전 안간힘 전화 한통에 500만원 대출 홍보

“전화 한 통이면 이젠 300만원이 아닌 ‘500만원’. ”

1인당 신용대출 한도금액을 늘리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300만원 법칙’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신용대출시장에선 ‘300만원’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이 마지노선이 500만원으로 올라간 셈이다. ‘더 많은 빚’을 유도해 가계부채 증가를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저축은행과 대부업계에 따르면 바로크레디대부는 광고를 통해 ‘이젠500 대출’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소득확인만 되면 500만원을 전화 한통에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걸었다. 서류를 제출할 필요도 없고 직장인ㆍ자영업자는 물론 주부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업체는 30일 이자면제 등의 혜택도 내걸었다. 일부 업체들은 더 많은 대출을 받게 하기 위해 500만원 대출 시 이자 일시 면제 혜택 뿐 아니라 금리 인하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이는 제도권 금융시장도 다르지 않다. 웰컴저축은행은 최근 “저축은행이라면 500만원 정도는 전화로 대출 가능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며 ‘날쌘대출 500’ 상품을 내놨다. 19세 이상 소득만 증빙되면 누구나 500만원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계가 신용대출 한도액을 높이는 이유는 최근 정치권과 당국의 압박으로 최고상한금리가 낮아지면서 악화된 수익성을 대출 잔액을 늘려 마진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로 수익성이 떨어진데다 고객 수는 한정돼 있어 대출한도를 높여 마진을 늘리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면서 “일부 대형사는 자산건전성 관리에 좋은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을 포기하고 자율상환방식을 통해 대부자산 늘리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출자들의 안일한 인식도 이런 경향을 키우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매달 상환해야 하는 이자부담이 줄어들면서 원금을 더 빌리는 대출자들이 늘고 있다. 또 다른 대부업계 관계자는 “300만원을 대출 받을 경우 과거엔 월 15만원의 이자를 냈다면 현재는 9만원이 채 안되는 수준의 이자만 내면 된다”며 “당장 매달 갚아야 될 상환금이 줄어든 만큼 더 많은 돈을 빌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런 경향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체 개인신용 대출자는 매년 220만명으로 답보상태지만 개인대출잔액은 2012년 6조3700억원에서 지난해 7조912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 1인당 신용대출 잔액은 352만원으로, 2년 전(2012년)보다 70만원이나 급증했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되도록 대출을 적게 해주려던 예전과 180도 달라진 상황”이라면서 “대부잔액이 늘고 있지만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줄이고 4~6등급자는 늘려 연체나 부실 가능성은 줄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 신용대출잔액도 급증세다. 올해 2분기 기준 가계부채가 1130조원으로 불어난 가운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비은행 대출은 1분기 대비 5조원가량 급증했다. 잔액이 138조원으로 치솟았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현행 법정 최고금리가 34.9%임에도 20%대 상품출시 압박이 이어지면서 업계가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고 있다”면서 “금융사 입장에선 대출금액을 올릴수 있는 여력이 생겼지만 저신용자들은 더욱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워진 셈”이라고 했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