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 기자ㆍ이혜원 인턴기자] “미국 대선판을 아웃사이더가 장악하고 있다.”
내년 있을 미국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에 대한 미국 주요 매체들의 평가다.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방송 프로그램 ‘견습생(Apprentice)’ 진행자이자 땅투자로 큰 돈을 번 기업인 정도로만 알려졌던 ‘별종 부호’가 처음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해도, 그를 그저 대선 흥행을 위한 좋은 이벤트 거리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설마했던 미풍에서 태풍이 되어 가면서 그를 바라보는 눈길도 변하고 있다. 인종차별과 성적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그가 인기를 높여가자 “설마 이러다 되는거 아니야”라는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이 교차한다. 출마 선언 두 달이 안돼 한 자릿수 초반 지지율을 20%대로 끌어올린 트럼프. ‘아웃사이더’에서 ‘유력후보’로 자리잡은 그의 인기 비결은 뭘까. ‘도널드 트럼프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1946년 6월 14일 뉴욕 퀸즈 태생. 우리나이로 올해 일흔살인 도널드 트럼프는 알려진 바 데로 부동산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번 인물이다. 뉴욕일대를 무대로 아버지가 운영하던 엘리자베스 앤 선(Elizabeth Trump and Son)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1970년대 뉴욕에서 진행된 대규모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큰 부를 이루었다. 현재 그의 재산은 40억 달러, 우리돈 4조7000억여원 정도로 세계 430위 정도의 부자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구도는 크게 세 분류로 나뉜다. 공화당 경선 후보들. 다음 경합을 벌일 민주당 예비 경쟁자들. 그리고 트럼프를 돕는 우군들이다. 공화당 내 트럼프의 지지율은 의외로 압도적이다. NBC뉴스가 지난 6일 토론회를 연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율 23%로 1위를 유지했다. 2위 테드 크루즈(Ted Cruz)와 10%p나 벌어졌다. 초기 공화당 주력 후보로 꼽힌 젭 부시(Jeb Bush)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스콧 워커(Scott Walker) 위스콘신 주지사는 10%였던 지지율이 7%로 떨어졌다. 이들 후보는 토론회를 압도적으로 주도한 트럼프의 양 옆에 서는 바람에 이목을 끌지 못하는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 수혜자’도 있다. 여성 후보인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는 토론회에서 트럼프의 여성비하발언을 강하게 비판해, 14위였던 순위가 4위로 급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트럼프는 토론 진행자 메긴 켈리가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하자 “켈리의 눈에 피가 나오는 것 같다. (예민한 태도로 봐)다른 곳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리’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피오리나는 이 틈을 놓지 않고 “트럼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는 켈리 편”이라고 재빠르게 대응해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은 조금씩 ‘트럼프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지율 49%를 달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전 국무장관이자 민주당 유력 후보는 트럼프의 여성 비하에 대해 “트럼프가 너무 나갔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는 지금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의 정치적 쇼맨십은 결국 예능으로 끝이날 것”이라고 견제했다.
한편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는 동료 빌리어네어들이 있다. 세계 31대 억만장자도 그를 도우러 나섰다. 214억달러 자산가 칼 아이칸(Carl Icahn) 아이칸엔터프라이즈 창립자는 지난 7일 트럼프의 재무장관 제안을 수락하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반(Mark Cuban)도 지난 30일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전문 정치인만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통념을 깬 것만으로 트럼프의 대선 도전은 의미가 있다”며 “트럼프의 정치 혁신이 지속된다면 부통령 후보로 나서 러닝메이트가 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아이칸과 큐반이 트럼프와 함께 내각을 구성하게 된다면 트럼프 자산 40억달러, 아이칸 211억 달러, 큐반의 30억 달러를 모두 더해 최소 281억달러(약 33조3181억원) 규모의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트럼프의 저력을 높이 사는 부호도 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세계 3대 부호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트럼프의 지지율은 견고한 편이어서 한동안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폭스뉴스가 복수의 여론조사기관과 지난 11일~13일 유권자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본선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가장 낮다.
트럼프의 인기 비결 가운데 하나는 ‘막말’이다. 출마 선언 직후부터 멕시코계 이민자를 ‘강간범’이라 비하하는 등 입을 열 때마다 거친 발언을 하는 탓에 ‘막말 제조기’로 불리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NBC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법이민자는 모두 떠나야 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불법이민자 추방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트럼프가 결혼한 3명의 여성 중 2 명이 이민자 2ㆍ3세인 점이 아이러니다.
트럼프의 막말은 거센 비난을 부르는 동시에 지지율을 급상승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언행이 미디어 보도를 장악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막말이 답답한 유권자의 마음을 뚫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직설적이고 화끈한 트럼프의 화법이 워싱턴 정치에 싫증난 유권자에게 신선한 정치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인기와 함께 트럼프의 독특한 헤어스타일도 주목받고 있다. 늘 같은 머리를 고집하는 트럼프. 길게 자란 머리를 접어 올려 ‘김무스’ 스타일을 연출한다. 머리숱이 많아 보이는 효과가 있어 “대머리를 가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지만, 대머리는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는 머리 손질에 꽤 오랜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고 밝혔다. 그때문에 그는 지난 6월 아이오와주(州) 유세현장에서 “백악관에 입성하면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기겠다”고 공언했다. 머리 손질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이다.
트럼프의 세계는 곧 ‘미국’이다. 미국과 밀접한 관계가 없는 나라는 지도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세계지도’를 그려 그의 미국 중심적 세계관을 풍자했다. 미국 영토는 지나치게 크게 왜곡됐고, 아프리카는 ‘오바마의 고향’으로 뭉뚱그렸으며, 유로존 위기는 남의 일이다. 심지어 우리나라도 왜곡돼 한국이 북쪽에, 북한이 남쪽에 있다. 트럼프의 세계에는 ‘남(south)’과 ‘북(north)’의 구분도 없다. 그저 ’미국’과 ’미국이 아닌 어딘가’가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