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멀쩡하게 주차하고 차문을 열고 나오다가 옆차 차주와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문을 그렇게 확 열면 어떻게 해요“ 앙칼진 목소리에 “많이 찍히지도 않았는데 너무 한거 아니에요” 변명 아닌 변명이 오간다. 차량 덩치는 커지는데 주차구획 공간은 좁다보니 벌어지는 일상 풍경이다. 고급 외제차가 부쩍 늘어난 것도 주차장에서의 실랑이를 늘게 하고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주차장 사고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주의하게 차량 문을 열다가 옆에 주차된 차의 옆면을 찍는 이른바 ‘문콕’ 사고가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현대해상이 접수한 자동차보험 주차장 사고 94만3329건과 대형마트ㆍ대형아파트단지에 주차된 차량 625대를 조사ㆍ분석한 결과, ‘문콕’으로 보험처리된 사고는 2010년 230건에서 2014년 455건으로 5년사이에 97.8%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보험업계 전체에서 이 사고로 지급된 보험금 규모만 13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문콕’ 사고가 급증한 것은 레저용차량(RV)을 중심으로 차량 덩치가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주차면 규격은 25년째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 통계누리의 국내 승용차 규모별 구성비를 보면 2015년 7월 현재 중ㆍ대형 차량 비중은 85.33%에 달한다. 특히 대형차량 비중은 2000년 8.9%에 그쳤던 것이 올해 7월에는 26.27%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주차장 규격은 일반형이 1990년 2.3m× 5.0m로 개정된 이후 변화가 없다. 2012년 7월 이후 건설된 주차장에 2.5m× 5.1m의 확장형 주차면을 30% 이상 설치토록 한 것이 유일한 변화지만, 늘어나는 중ㆍ대형 차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연구소 측은 직접 일반형 규격의 주차장에 중형 차량이 나란히 주차했을 때 공간이 어느 정도 부족한지 실험했다. 차종별로 중형 차량의 전폭(사이드미러를 제외한 차체 좌우 끝단 사이의 너비)은 1865㎜이고, 대형차량은 1900㎜다. 중형차량은 문의 1단 열림각인 30도로 열었을 때 56.6㎝의 여유폭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형차량이 나란히 일반형 주차장에 세워졌을 때 실제로 생기는 여유폭은 4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형차량 기준으로 차문을 열 공간이 13.1㎝나 부족한 것이다.

주차면 넓이를 키우면 ‘문콕’ 사고를 줄일 수 있긴 하지만, 가뜩이나 주차용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책으로 내놓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이수일 박사는 “차량의 대형화로 주차공간이 협소해져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옆 차량 운전자의 승하차 공간을 배려하는 주차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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