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어떤 계산을 두들기고 있을까.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점령한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잇딴 국제법 위반 경고, 철군 촉구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긴급 소집된 회의에서 러시아와 비자 면제 협정 협상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에선 ‘고강도 제재론’이 부상 중이다. 러시아의 군사행동 수위에 따라 제제 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어디까지 넘볼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떠오르고있다.
▶크림 넘어 동부까지 넘보나? =3일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크림반도 주민들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영토에 현재 거주 중인 러시아인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이익을 보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넘어 우크라이나 전체에 대해 자국민 보호 명분을 빌미로, 군을 주둔시킬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또 “우크라이나 정부가 합법성은 부족하지만, 이 정부와의 연락망이 중단되지는 않았다”며 ‘친서방’ 임시정부와의 대화채널을 가동할 뜻도 내비쳤다. 바이든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와 의미있는 정치적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한데 따른 답변이었다.
군사개입 명분쌓기도 계속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러시아 대통령이 실각 후 러시아로 도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자국의 헌정질서 복구를 위해 러시아 군사력을 사용해달라는 요청이 담긴 서한을 받았다고 4일 보도했다. 이 서한의 작성날짜는 3월1일로, 푸틴 대통령이 상원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력 사용을 승인받은 날과 같다.
러시아로선 유럽의 관문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놓칠 수 없는 중요지역이다. 군사적, 경제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장악하지 못하면 동유럽의 패권을 쥘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일단 ‘친러’ 문화권에 속하는 동부의 반정부 세력이 ‘친서방’ 임시정부를 견제하도록 그림자 지원을 하며 동서간 내전 유발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동부의 ‘친러, 반정부’ 시위 갈등은 시일이 지날수록 고조되고있다. 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야누코비치의 고향인 동부 도네체크에선 친러 세력이 주정부 청사를 장악, 러시아깃발을 꽂았다. 시위대는 러시아에의해 조직된 것으로 임시정부는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가 동부지역으로까지 군대를 파견해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이 크지않을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아닌, 서방세력과의 전쟁을 불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은 나토(NAT0ㆍ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함께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있다. 하지만 재정부담으로 ‘군사옵션’은 최후의 보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논평에서 “러시아가 새로운 냉전을 벌일 수 있는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확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내놨다. 알렉산더 모틸 럿저스대학 정치학 교수는 2일(이하 현지시간)자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군사적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비해 절대적 우위이지만 (전면전을 치를 경우) 수많은 민간인들이 사상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푸틴의 ‘손익계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크림반도에서 일단 멈춘다면? =현 단계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는 외교적 고립과 경제 봉쇄로 모아진다. 제재 조치의 하나로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주요 7개국은 오는 6월 러시아소치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불참을 결정했다. 뉴질랜드가 러시아와 자유무역협정 협상 중단을 선언했고, 유럽연합은 2007년부터 진행해 온 비자면제협정 논의를 중단했다. FT는 또 신흥시장 추이를 분석하는 별도 기사에서도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폭락을 저지하기 위해 70억 달러를 단기간에 환시장에 투입하고도 역부족이자 고육지책으로 금리를 전격 인상했음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러시아의 신냉전 비용’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경제의 취약성이 금융시장에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크림반도 장악만으로도 흑해의 군사지정학적 요충지를 지배함으로써 서방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일단 이즘에서 야심을 멈출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일 독일이 제안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이끄는 진상조사기구 및 연락기구를 설치 제안을 수용하기도 했다. 4일 존케리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한 뒤 미국과 러시아간 물밑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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