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스스로는 대권 주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권이란 그 시점에 국민이 소망하는 것과 맞아야 하는데 나한테 그런 기회가 오겠나?”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현지시간) 뉴욕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데 대한 질문을 받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김 대표는 “보수 우파 정당인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이 가장 우선”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우파가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목숨이라도 바칠 각오”라고 강조함으로써 오는 2017년 대선에서 보수정권 재창출의 주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김 대표가 ‘대망론’에 선을 그으며 이번 방미의 성격을 ‘정당외교’ 차원으로 국한했지만 사실상 그의 행보는 ‘대권주자’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특히 미국 방문을 계기로 작심한 듯 보수색 짙은 발언을 쏟아내며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낳았다.
김 대표는 방미 첫날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6일 워싱턴 DC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만나 ‘큰 절’을 올린 데 이어 이틑날엔 ‘낙동강 전투 영웅’ 월턴 워커 장군의 묘소에서도 재배(再拜)해 논란이 일었다. 또 묘비에 묻은 새똥과 진흙까지 닦아내 ‘과공비례(過恭非禮ㆍ공손함이 지나치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어른에 예를 표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되물으며 “내년에도 절을 하겠다”며 굽히지 않았다.
지난 28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는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는 발언 탓에 뒷말이 무성했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한 것이라지만 양국에 대한 관계의 비중을 비교급으로 표현한 것은 ‘외교적 결례’란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 역시 보수층의 지지를 선점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동시장 개혁이란 국내 현안 언급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지난 30일 뉴욕 컬럼비아대 연설에서는 “청년 세대의 분노와 좌절은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과 달리 한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돼 있는데, 이 때문에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힘들고 많은 청년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나와 우리 새누리당은 현재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공언했다.
노동계 입장에선 ‘고용 유연성’이 사실상 ‘쉬운 해고’를 의미하는만큼 노동계는 여권이 주도하는 노동시장 개혁에 강력히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해 당 노동시장선진화 특위는 활동 목표가 ‘고용 유연성’이 아니라고 신중을 기하는 반면, 김 대표는 사실상 목표가 ‘고용 유연성’임을 공개 선언한 셈이다.
이처럼 김 대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논란이 되자 일각에선 논란마저도 계산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외국에서도 온전히 국내정치에 골몰해 있다”고 비판했다. 최 정책위의장은 “김 대표는 외교를 자신의 정치목적에 활용하고 있다”며 “잠재적 대권후보로서 안보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계산된 돌출 발언과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