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찬 서울서부지검 검사 논문

한국이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조약과 관련,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을 때 매겨지는 벌금형이 법정형 기준으로도, 실제 선고기준으로도 지나치게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제3자를 통해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경우나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다른 사람의 편의를 부탁하는 경우에 대한 처벌규정이 모호하고, 법인에 대한 면책규정이 모호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헤럴드경제가 3일 입수한 조영찬 서울서부지검 검사의 ‘캐나다와 한국의 OECD 뇌물방지조약 이행법률 적용실태 및 Case 검토’ 보고서(국외훈련검사연구논문집 제28집)는 이 같은 상황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국제상거래 행위 중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줄 때 2000만원 이하의 벌금(행위로 얻은 이익이 1000만원을 넘을 경우 이득의 2배 이하)에 처하고 법인에게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행위로 얻은 이익이 5억원을 넘을 경우 이익의 2배 이하)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캐나다나 영국의 경우 벌금형의 상한이 없고, 미국의 경우 벌금 상한액이 개인의 경우 10만달러(1억675만원), 법인의 경우 200만달러(21억3500만원)로 돼 있으며 이득의 2배까지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는 등 벌금형 규정이 한국보다 높다.

또 지금까지 실제 선고가 난 사안을 보면 외국 공무원에게 5100만원을 주고 2만달러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적발된 경우 징역 10개월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거나, 외국 공무원에게 2억원 상당의 뇌물을 준 경우 피고인 1명에게는 징역 1년2개월에 벌금 700만원, 다른 피고인에게는 징역 8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뇌물액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의 벌금을 물리는 미국이나 최근 벌금형을 올리는 캐나다에 비춰보면 뇌물을 준 금액보다도 벌금을 적게 산정하는 한국의 판결은 비판을 받을 여지가 크다.

또 한국의 경우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봐달라고 하는 경우(3자뇌물죄)나 다른 사람의 뇌물을 전달하기만 한 중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며, 법인에 대해서도 ‘뇌물을 준 당사자에 대해 상당한 주의ㆍ감독을 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고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 검사는 정부 관련 부처에서 준법지침을 마련해 기업들에 배포하고, 수사ㆍ기소 및 재판에서도 그 지침을 고려해 법인의 위법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법상 대기업이 외국에 자회사를 차리고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줄 경우 처벌이 거의 어려워 관할권 규정을 확대할 필요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현 기자/